베를린 세계육상경기선수권대회의 여러 종목 중에서도 원반, 창, 포환, 해머를 던지는 '4대 투척종목'은 가장 폭발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18일 남자 해머던지기에선 금메달리스트 프리모즈 코즈무스(슬로베니아)가 호쾌한 회전기술로 80m84를 던져 관중들의 탄성을 이끌어 냈고, 19일 여자 창던지기에서는 슈테피 네리우스(독일)가 홈팬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67m30을 던져 1위에 올랐다. 이 종목을 좀 더 재미나게 즐기려면 선수들의 투척 각도에 주목하면 좋다. 물체는 이론적으론 45도로 날아가야 정확한 포물선을 그리며 가장 멀리 가지만, 육상 투척에선 기구의 형태와 던지는 동작 등에 따라 이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뜨는 원반
원반을 45도로 던지는 선수는 경기를 망칠 확률이 높다고 봐야 한다. 원반은 중앙이 두껍고 양끝이 얇은 타원형이어서 전진할 때 비행기 날개처럼 양력(공기 저항이 위로 밀어올리는 힘)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 떠오르게 된다. 45도로 던진 원반은 더 큰 각도로 하늘로 올라가 버리며, 거리도 당연히 짧아지게 된다. 실제 엘리트 선수들은 이보다 훨씬 낮은 30도 정도의 각도로 원반을 던진다. 원반경기에서는 적당한 맞바람이 거리를 늘려준다는 점도 특이하다. 맞바람이 원반의 아래쪽을 받쳐 체공시간을 늘려주는 덕이다. 엘리트 경기에서 초속 10m의 맞바람은 기록을 5m 정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던지기 각도도 높지 않다. 미 캘리포니아대학(UCLA) 스포츠 생체공학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정상급 선수의 창던지기 각도는 31~33도로 45도에 훨씬 못 미친다. 창 역시 45도 각도로 던지면 머리 부분이 공기 저항으로 들리면서 위로 솟아 버리는 탓이다. 같은 힘이라면 30~40도의 각도로 던질 때 90m를 날아가는 창이 45도로 던지면 70m 정도 밖에 못 나간다.
■45도는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공기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포환의 투척 각도도 평균 37도에 불과하다. 이는 포환던지기의 동작과도 관련이 있다. 포환 종목에선 선수 보호를 위해 야구공처럼 팔을 스윙해 '던지는' 것이 금지돼 있으며 목 부근부터 '들어 올려서 밀어내는' 동작만 취하게 돼 있다. 남자의 경우 7.3㎏인 포환을 45도로 투척하려면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이미 힘의 손실이 발생하므로 보다 낮은 각도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상체 근육이 수직 방향보다 수평 방향으로 더 강한 힘을 내는 것도 포환의 각도가 낮아지는 이유로 꼽힌다.
반면 해머던지기에서는 40~45도에서 가장 좋은 기록이 나온다. 해머는 선수의 근력이 아니라 회전력에 의해 날아가며, 창이나 원반처럼 공기 저항을 받지 않으므로 가장 이상적인 45도의 각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각도만 잘 맞춘다고 좋은 기록이 나는 것은 아니다. 파워와 스피드, 투척 순간의 타이밍이 모두 중요하며 심리적으로도 안정돼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윤여춘 해설위원은 "투척은 종합 스포츠이기 때문에 출전 선수들이 각도 조절 뿐 아니라 순발력과 근력 등 모든 능력을 최대로 발휘해야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