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뭐 안 좋다고 써 있기나 해?!“

환경실천연합회 이경율 대표를 비롯한 회원 4명은 정기적으로 나가는 여름철 불법낚시꾼들을 적발하기 위해 한강 둔치로 나섰다. 오늘도 어김없이 떡밥과 집어제를 던지며 낚시대를 열 개나 세운 불량 낚시꾼을 발견했다.

"선생님 여기서 이렇게 낚시 하시면 안됩니다."
"뭐가 안 된다는 거에요? 거참 낚시도 마음대로 못하게 합니까?"
"낚시를 하시는 것은 상관없는데 이렇게 많은 낚시대를 펴고 떡밥을 대량으로 던지시게 되면 선생님 건강과 한강 수질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아니 해로우면 여기 뭐 표시라도 있겠지. 고기 다 도망가겠수, 별소리 말고 가슈!"

◆ 무엇이 들었는지 아무도 몰라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민물낚시용 떡밥과 집어제에 성분표시가 돼있지 않아 계도에 나선 환경단체와 현장의 낚시꾼 사이에서는 이런 실랑이가 종종 벌어진다.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은 언제인지, 사용량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아무것도 표기되어 있지 않다. 또한 현재 몇 개의 생산업체에서 생산 중인지, 몇 개 제품이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지도 전혀 파악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떡밥과 집어제에 들어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물질은 각종 물고기 사료와 쌀겨, 제대로 자라지 않은 보리, 닭사료, 깻묵, 버린 음식쓰레기, 식품통조림찌꺼기, 물고기와 내장을 갈아 넣은 어분(魚粉) 등 유기물질이다. 여기에 오랫동안 보관과 판매를 유지하기 위한 방부제, 색과 향을 만들어내는 화학물질까지 온갖 환경에 유해한 물질들이 첨가되고 있다.

한국생태보전 낚시협회 한기욱 회장은 “OECD가입국 중 낚시관련 규제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현재 추진중인 낚시관리육성법도 알맹이가 다 빠져 낚시업규제법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정부의 형식적 방안에 불만을 토로했다.

◆ 얼마만큼 나쁜지도 미지수

유기물질 내에 인(燐, phosphorus)성분은 물의 부영양화(富營養化)를 일으켜 수질을 악화 시킨다. 부영양화란 유기물질이 지나치게 많아 세균·균류 등에 의하여 생화학적으로 분해되는 과정에서 물속의 산소를 과다하게 소비하는 현상을 말한다. 물속의 산소가 부족하게 되면 산소를 소비하는 생명체인 물고기 등과 같은 생물이 분포변화·감소·멸종될 수 있다.

방부제와 공업용 색소, 화학물질은 다량의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공업용 색소에 들어있는 발암물질은 DAB, 4-아미노비페닐, 2-나프틸아민 등이 있으며, 이름을 알 수 없는 각종 화학물질은 물고기 체내에서 유전자 교란을 일으켜 돌연변이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고기가 사람을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거제 환경운동연합 김일환 사무국장은 “신종 화학물질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 물질들이 어떤 것들이 들어가고 어떠한 효과를 일으키는지 연구된 바가 전혀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 제도 보완 시기도 불투명

하지만 이러한 떡밥과 집어제들을 규제할 방법도, 이를 악용하는 낚시꾼들을 규제할 근거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환경실천연합회 전현선 팀장은 "현재 수질오염과 인체유해성부분에 대해서 연구된 바가 전혀 없기 때문에 불량 낚시꾼들을 규제할 근거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음식쓰레기를 강에다 던지면 환경오염이라고 하는데 떡밥은 고기밥이라는 것이다. 일부 낚시꾼들은 이를 두고 취미생활까지 막을 셈이냐며 호통을 친다고 한다.

현재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이에 대한 보완을 위해 ‘낚시관리 및 육성법’을 6월 30일 입법예고하고 올 연말 국회 제출을 예정중이지만 이 법이 통과되어 언제부터 시행될지는 알 수가 없다고 한다. 결국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낚시를 즐기는 낚시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에 의한 규제만이 가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