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요? 그거 지루하고 어려운 거 아니에요?”
최근 수능이나 대입 논술에서 고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학생이 현대소설이나 현대시보다 고전을 어렵고 지루해한다. “고전은 한자나 옛말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아무리 들여다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읽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경우가 많다. 했다. 하지만 중·고교 국어 교과는 물론, 수능이나 논술에서 고전이 빈번히 다루고 기업 CEO들까지 고전을 강조하는 현 상황에서 고전 읽기를 등한시할 수는 없다.
1. 흐름을 먼저 보고, 꼼꼼히 살펴야
고전을 읽을 때는 먼저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이후 세부적인 사항으로 범위를 좁혀가야 한다. 머리말, 서문, 차례, 후기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 고전의 주된 소재와 배경을 확인한다. 또 이야기가 역사 속의 시점, 사건 등과 연계돼 있다면 관련 시대 자료를 미리 살펴 배경지식을 쌓아 둔다. 예를 들어 김만중의 '사씨남정기'를 읽기 전에 숙종과 인형왕후, 장희빈의 관계를 안다면 '사씨남정기'의 주인공들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다.
작가 김만중에 대해 미리 정보를 접하고 ‘김만중→조선시대→숙종→인현왕후·장희빈→기사환국·갑술환국’이라는 순으로 사고를 확장해 나간다. 고전읽기 첫발은 작가탐구, 그러나 조선시대 후기의 고전소설에는 작자 미상의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어느 시대 작품인지 파악 후 시대의 특징을 알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2. 어려운 어휘, 어구와 친숙해지기
고전문학을 읽다 보면, 익숙하지 않은 어휘나 어구가 많이 등장한다. 이때 모르는 어휘가 나왔다고 해서 당장 사전을 꺼내 들고 단어를 찾느라 읽기 흐름을 끊거나, 무조건 외우려고 해서는 안 된다.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문맥 안에서 뜻을 유추하며 반복해 읽고 익숙해진 다음 세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어휘 뜻을 확인할 때는 원문과 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은 번역서를 비교하며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은 고전을 원문과 함께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한 책들이 많이 출간돼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이 많다. 고전읽기와 친숙해지려면 의미를 이해하기 전에 글이 입에 붙게 원문의 문장을 소리 내어 읽는 것도 도움된다.
3. 일거양득! 다른 고전과 비교
교과서에 나오는 고전문학 중 시대상황이 같거나, 표현기법이 비슷한 작품 등을 각각 분류해 비슷한 작품을 서로 비교하면서 읽는 것도 좋다. 예를 들면 '허생전'과 '양반전'을 함께 읽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익의 '성호사설'에 나온 조선의 3대 도둑인 홍길동과 임꺽정, 장길산처럼 공통인물을 선정, 비교해 읽어보자.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비슷한 성격과 대립하는 성격을 구분해 표시하면 인물 특성을 보다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신사임당, 황진이, 논개, 허난설헌 등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읽는 등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고전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4. 쉬운 고전부터 어려운 고전으로
이제 막 고전을 읽기 시작했다면 '청산별곡'과 같이 한자나 옛말이 많고 호흡이 긴 고전보다는 '춘향전', '홍길동전'처럼 내용이 간략하고 다소 읽기 편한 고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내용이 재미있는 고전소설이나, 서동요와 같이 설화를 바탕으로 한 향가를 통해 서서히 고전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처음부터 원문을 보기 부담스럽다면 무리하게 원문을 읽지 말고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한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고미숙/그린 비)과 같은 책을 통해 고전을 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 고전문학 장르별 독서방법
고전문학은 크게 고전 시가, 향가 등 운문문학과 설화, 고전소설 등 산문 문학으로 나뉜다. 고전 시가와 같은 운문문학의 경우 감성적이기 때문에 은유적이며, 상징적 비유를 사용한다. 따라서 정서적 부분과 화자의 태도를 분석하며 읽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연정(戀情)을 주제로 한 운문 중 황진이, 계랑, 홍랑의 시와 삶을 함께 읽으면, 그들이 부르는 임에 대한 사랑의 색깔이 어떻게 다른지보다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
또, 한발 더 나아가 황진이와 서경덕의 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시를 읽으며 그 둘의 마음도 유추해 낼 수 있다. 산문 문학의 경우 내용과 주제, 인물과 각각의 갈등관계를 이해하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6. 고전 어휘 수첩 만들고 시대별로 정리해야
책을 읽고 고전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기본적인 상징어와 그 뜻을 따로 메모해 '고전어휘 수첩'을 만든다. 특히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 중 모르는 어휘는 잘 익혀두는 것이 좋다. 고전문학은 주제가 시대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 시대별로 정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여염집'은 '서민의 살림집. 무슨 영업을 하는 집이 아닌 살림집'이라는 뜻을 가진다. '월하빙인(月下氷人)'은 월하노(月下老)와 빙상인(氷上 人)의 고사에서 비롯된 말로 '중매쟁이'를 이르는 말이다. 이처럼 옛말이나 사자성어를 많이 알고 있으면 고전읽기가 보다 순조롭다.
※조선일보 교육미디어 홈페이지(study.chosun.com)에서 '중·고교생을 위한 고전도서 추천목록'을 보실 수 있습니다.
도움말=이언정 한우리독서논술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