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과 함께 법정에 나오는 소송 당사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겨레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민사, 가사, 형사 법정에서 감정의 골이 파일 대로 파인 상대와 맞닥뜨려야 하는 이들이 자위 수단으로 경호업체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 이씨 회사는 법정 경호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40%가량 늘었다고 한다. 법정 경호 업무가 전체 매출액의 40% 정도인 ㅌ사도 매출이 20%가량 늘었다.

경호 경력 10년차인 이아무개(36)씨는 요즘 서울 서초동 지하철 2·3호선 교대역에 자주 간다. ‘접선’하듯 만난 의뢰인과 서울중앙지법이나 서울가정법원으로 향한다. 의뢰인의 이름, 주소, 직업은 모른다. 의뢰인이 안전하게 재판을 마치고 돌아가도록 보호하는 데 충실할 따름이다.

이씨는 “법원청사 방향으로 난 교대역 11번 출구로 나오는 의뢰인들 얼굴엔 불안감이 가득하다”며 “신변 보호는 기본이고, 대화를 통해 마음을 풀어주는 게 우리 일”이라고 말했다.

경호업체의 서비스는 법정 동행에 그치지 않는다. 평소에도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과 호출 기능이 있는 단말기를 의뢰인에게 제공해 긴급 상황에 대비한다. 한 경호업계 담당자는 “세 시간가량 경호에 15만원 정도를 받는다”며 “의뢰인이 먼저 말하기 전에 사생활 얘기를 하는 것은 금기”라고 말했다.

법이 가장 잘 지켜질 것 같은 법원에서조차 경호원을 대동하는 사람들은 돈과 관련된 송사에 휘말린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ㅊ사의 이아무개(29) 팀장은 “상대방이 경호원을 데려온 걸 보고 다음 재판에 더 많은 수의 경호원을 데려가는 의뢰인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경호원에게 가족인 척 행동하라고 주문하는 의뢰인도 있다. 최근에는 60, 70대 황혼 이혼 당사자들이 경호업체를 많이 찾는다. 감정이 격해지기 쉬운 이혼 소송의 특성 때문이라 풀이된다.

법정 경호 의뢰인은 열에 일곱은 여성이라고 한다. 이 팀장은 “법정 밖에 나오면 협박과 폭언을 일삼는 상대방이 많아 의뢰인들이 불안해한다”며 “특히 돈 관련 소송에 휘말린 여성들이 불안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현직 대법관에 대한 살해 위협이나 부장판사에 대한 석궁 공격 사건 등이 알려진 것도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법원에서도 청사 안 신변 보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신변 보호를 요청한 재판 당사자는 2007년 65명, 2008년 73명이었다. 변호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경호원을 붙여주는 ‘회원 지킴이 콜서비스제도’를 지난 4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최근 채무관계 등을 놓고 분쟁이 많아진데다가, 막다른 상황에서 찾는 곳이 법원이어서 불안감을 느끼는 당사자들이 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겨레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