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시선은 다양하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과 고정 관념 속에 제 모습과 왜곡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고의 스포츠 연예 전문 미디어인 OSEN은 'A 선수는 이기적이다', 'B 선수는 게으르다' 등 야구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오해와 편견을 깨기 위해 지난 7월 31일부터 매주 2회(화, 금) '오해와 편견을 깬다' 코너를 신설했다.
[OSEN=박현철 기자]'김ㅋㅋ'라는 별명으로 익숙한 김재호(24. 두산 베어스). 그라운드서 보여지는 꾸밈 없는 웃음으로 소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지만 너무 실없이 웃는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수비 실수에도, 팀이 큰 점수 차로 지고 있는 순간에도 웃음 띈 얼굴로 인해 팬들로부터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오는 선수가 바로 김재호다. 100번을 잘해도 한 번의 실수로 혹평을 받는 야구의 특성 상 실책 후 나오는 그의 웃음은 팬들의 비난 공세를 받게 마련.
그러나 그의 웃음 속에는 사연이 있다. 일반인이 소화하지 못할 정도의 어려움과 훈련 속에 살아가는 선수들에게는 모두 많은 사연이 담겨 있듯이 김재호 또한 야구 인생을 이어가면서 찾아오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긍정적인 자세로 웃음을 보이고 있다.
▲ 부모님에 대한 김재호의 애틋한 마음
지난해 상무 제대 후 팀에 복귀해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김재호는 전반기 동안 무릎 부상 여파로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이대수(28)를 대신해 주전 유격수로 나섰다. 실수가 잦기는 했지만 강한 어깨와 센스를 지닌 그는 이따금씩 어려운 타구를 멋지게 잡아낸 뒤 송구로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재호의 지난 시즌 성적은 112경기 2할4푼9리 1홈런 21타점. 딱히 좋다고 보기는 힘들었지만 전반기 유격수 공백을 확실히 메우며 이대수의 후반기 대활약을 준비하게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값진 성적표였다.
지난 시즌 중 김재호는 편찮으신 부모님, 특히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며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김재호는 2004년 프로 입단 직후 병무청 신체검사도 받지 않은 그에게 다가온 병역 브로커로 인해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면탈 혐의가 없어 2006년 정상적으로 상무에 입대하기는 했으나 기대를 모았던 1차 지명자가 1군 무대에 확실히 올라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애지중지한 외동 아들이 사회 초년병이 되자 마자 어려움을 겪었으니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겠는가.
"양친께서 모두 몸이 편찮으세요. 그만큼 제가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자주 웃을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제가 성격이 무뚝뚝한 편이라 살갑게 표현은 못 해드리지만 경기에 나설 때마다 기뻐하시니 자주 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죠".
김재호는 최근 오른 발목에 부담을 느낀 주전 2루수 고영민(25)을 대신해 출장하며 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주전 선수의 공백을 막아내며 팀의 선두 경쟁에 힘을 보태는 아들의 웃음에는 부모님에 대한 애틋함이 담겨 있다.
▲ 하늘의 그 분을 위해
지난 3월 11일 김재호는 한 명의 열성팬을 화마로 잃었다. 영화업계서 종사하던 故 이경은씨는 자택에서 원인 모를 화재로 인해 구조를 기다리던 도중 11층 베란다에서 추락,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두산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던 고인은 특히 김재호에 대해 대단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성남고 박경수(25. LG)의 뒤를 이어 서울 지역 내야수 최대어로 꼽혔던 김재호에 대해 고인은 공-수-주를 두루 갖춘 포텐셜 플레이어로 주목했다. 김재호의 프로 첫 홈런이던 2005년 8월 17일 대구 삼성 전은 물론, 플레이 하나 하나를 세심하게 풀어 묘사하며 김재호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고인은 이제서야 싹을 틔우기 시작한 유망주의 2009시즌이 치러지기도 전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3월 13일 고인의 노제가 잠실 구장에서 치러졌던 순간 굳은 얼굴로 훈련에 임했던 김재호는 이튿날 미니홈피를 통해 추모의 글을 남겼다.
"하늘에서 보실 그 분을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멋지게 이루어 내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또, 응원해주세요".
시즌 초 출장 기회를 확실히 잡지 못했을 때도 김재호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러나 고영민의 발목 부상 공백을 메우며 2루수로 좋은 활약을 펼칠 때에는 다시 그의 밝은 웃음을 볼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주전 내야수로 손색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재호는 의미 심장한 한 마디를 남기며 특유의 꽃미소를 풍겼다.
"제 존재 가치를 확실히 남기고 싶어요. 그저 '백업으로 쓸 만한 선수'라는 평가는 사양합니다. 주전으로 나서도 손색이 없는 선수라는, 그렇게 좋은 점수를 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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