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영화는 배우에게 새로운 학습과 노력을 요구한다. 표정이나 분위기만으로 장면을 풀어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종목별로 고유의 경기 방식과 전문성을 요하는 동작이 있다. 아무리 연기가 시늉이라 해도 스포츠 영화만큼은 기본기를 익히지 않고서는 결코 리얼리티를 살릴 수 없다.
스포츠 영화 주인공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결정적인 장면은 현역 선수나 선수 출신이 대역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배우가 소화해야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키점프 선수들 얘기다.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젊은이들이 국가대표로 거듭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사실 스키점프는 일반인들이 아예 접할 수조차 없는 전문 선수들만을 위한 스포츠다. 그러니 하나부터 열까지 힘들고 생소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국가대표는 작년 9월부터 지난 4월까지 7개월 동안 전북 무주를 중심으로 촬영했다. 하정우 김지석 김동욱 최재환 등 배우들은 고난도 스키점프 장면을 연기하느라 비지땀을 쏟아야 했다. 다들 등에 줄을 매고 활강대를 내려오는 섬뜩하고도 아찔한 순간을 잊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하정우가 "마치 군대 다녀온 것 같다"고 했을까.
물론 실제로 하늘을 난 건 현역 대표선수들이지만 날기 직전까지는 배우들이 연기했다. 거기까지만 해도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일단 산꼭대기에 설치된 급경사의 점프대가 배우들을 기죽였다.
아무리 기본기를 익혔고, 연기를 할 만큼 훈련했다고 하지만 배우는 선수가 아니다. "20층 빌딩 옥상 난간에 다리 하나 걸쳐 놓고 서 있는 느낌이었다." 하정우가 점프대의 공포를 한마디로 압축했다.
콧물이 얼어버리는 무주 산속의 한겨울 추위도 배우들이 이겨내야 할 적이었다.
김지석에겐 '스키선수로 거듭나기 위한 체중 10㎏ 감량'이라는 고통이 추가됐다.
지난달 초 개봉해 관객에게 많은 감동을 안긴 역도 영화 '킹콩을 들다'도 숱한 뒷얘기를 남겼다.
주인공 조안은 역도 선수로 변신하기 위해 일단 체중을 7㎏이나 늘려야 했다. 역도의 가장 낮은 체급은 48㎏급. 한데 조안은 45㎏이었으니 몸 불리기는 불가피한 일이었다.
시간이 없어 우아한 식이요법을 포기하고 대뜸 초콜릿과 라면으로 시작해 52㎏까지 찌웠다. 역도의 기본기를 익히는 수고에 비하면 살찌우기는 되레 사치였다.
평소 무거운 거라고는 들어볼 일이 없었던 그녀가 바벨을 들기 위해서는 근력부터 필요했다. 무거운 쇳덩이를 들어 올리는 운동이라 흉내 잘못 냈다가는 허리 다치기 십상이다. 그러니 기본기와 웬만큼의 체력은 필수 조건이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중심으로 매일 5시간 넘도록 땀을 흘렸다. 운동이라면 고개부터 내젓던 그녀였기에 가히 죽을 맛이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스트레스성 장염이 다 왔을까. 덕분에 훈련 때 38㎏까지 들 수 있었다. 촬영은 25㎏짜리로 했지만.
역도 코치 이지봉 역을 맡은 이범수도 죽을 고생을 했다. 달랑 2분짜리 올림픽 역도 경기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지옥훈련을 해야 했다.
꼬박 두 달을 '오전 헬스장→오후 태릉선수촌' 코스를 달렸다.
역도 선수로의 변신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바나나와 물만 먹으며 몸을 만들다 코피도 쏟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 허리까지 다쳤다.
그럼에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는 이틀 동안 60㎏짜리 역기를 수 백번 들고서야 간신히 OK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스포츠는 땀과 눈물로 완성된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얘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니 각본까지 탄탄히 짜인 영화라면 감동은 당연히 따라붙는 결과물이라고 하겠다. 배경이나 상황 설정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게 스포츠 영화가 갖는 장점이자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