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탕은 진국이었다.

곽경택 감독이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 배우, 스탭들에게 사는 점심이다. 서울 성북동의 한 카페에서 오전 5시부터 모여 촬영을 하다 정오가 조금 넘어 허기진 배를 채웠다.

진숙 역을 맡은 왕지혜에게 곽 감독은 "도가니 싫어하면 남자들 주라"고 했지만 왕지혜는 야무지게 뼈를 발라 먹었다.

건달들의 어깨 틈에서 기죽지 않고 또박또박 자기 생각을 말하는 진숙의 또랑또랑함이 묻어났다.

< 글, 사진=권영한 기자 champano@sportschosun.com>
① 진숙 역의 왕지혜가 성북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촬영 도중 맞은편에 앉은 정유미와 이야기를 나누다 손가락으로 사인을 보내고 있다.

추가촬영 피곤하겠어요.

"뭘요. 이렇게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죠."

부산 사직구장에서 시구하기로 했다면서요.

"네, 민준 오빠 할 때 무척 부러웠는데. 8일 롯데 대 삼성전이에요. 소속사 실장님이랑 한강 고수부지에서 연습은 좀 했는데. 홍수아씨의 '개념시구'까진 아니지만 투수 마운드에서 포수 있는 데까지는 던질 수 있어요. 일단 저는 정직한 직구로 승부하려고요. 어릴 때 아버지가 마산고에서 타자로 활동하셨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어요."

성북동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 시장 골목으로 장소를 옮겼다.

오전엔 은지(정유미)와 진숙 둘만 나오는 장면이었고 오후엔 준석(김민준)과 동수(현빈), 도루코(임성규)가 가세했다. 현빈만 이날이 마지막 촬영이고 나머지는 부산으로 이동해 12일까지 촬영을 마저 해야 한다.

창문을 열고 부채질을 하고 있는 동네 주민들, 골목길을 뛰어다니는 꼬마들, 오토바이를 탄 우체부, 택배 기사 등 행인들이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촬영을 구경했다.

준석이, 동수, 상택(서도영)까지 세 남자가 동시에 진숙을 좋아하는데 누가 제일 이상형이에요?

"다들 너무 틀려서. 개인적으론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을 좋아해요. 딱 한 사람을 꼽기 보다는 그 셋을 조금씩 섞으면 좋을 것 같아요."

키스신은 없나요?

"진한 키스신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냥 기습 키스 정도? 준석이랑 눈 맞으면서 포옹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도 감독님이 키스를 할까 하다가 '준석을 향한 진숙의 마음은 모성애에서 출발했으면 좋겠다'라고 하셨어요."

현빈씨는 실제로도 과묵하다면서요?

"극중 몰입을 처음부터 깊게 하고 계셨던 것 같아요. 초반부터 영화의 뒷부분을 찍은 셈이니까."

민준씨는 썰렁한 유머로 촬영장에서 악명이 자자했다던데.

"저도 처음엔 오빠 개그가 당황스러웠는데, 적응이 되니까 '정말 대단하다, 이런 깊이가 있구나' 느끼게 됐어요."

재밌다는 말인가요. 웃어주는 사람이 더 나쁜 거 알죠.

"아니 그게, 집에 가서 생각하면 혼자 큭큭 웃게 되는 맛이 있다니까요.(웃음)"

'친구'에서 진숙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은 '가족'이다.

곽경택 감독은 '친구'의 드라마판을 만들기 위해 진숙이 캐릭터에 공을 들였다. 가족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저리는 진숙의 상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아파해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오디션장에 한 여배우가 나타났다. 감독은 그녀가 살아온 길을 하나씩 묻기 시작했다. 대화가 끝났을 때 곽 감독은 그녀에게 휴지를 상자 채 건넸다.

그녀의 눈에선 사연 많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눈물이 바로 왕지혜가 진숙을 체화한 원동력이다.

곽 감독이 대체 무슨 얘기로 지혜씨를 울렸는지 궁금해요.

"오디션 때 사적인 얘기를 많이 물어보셨어요. 드라마 속 진숙이가 불우한 가족에 대한 부분이 많이 부각되잖아요. 아버지가 선원이라든가, 어머니가 돈을 많이 날린다든가 하는 설정에 대해 물어보셨어요. '생활들은 어땠는지, 어린 시절이나 학교 다닐 때는 어땠는지.' 그런 얘기는 다른 사람과 처음 해본 거였어요."

개인사라면 어떤....

"진숙과 닮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물론 아버지가 선원은 아닌데, 진숙이 이해할 수 있는 건 저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것들.... 경제적으로 풍요롭진 않았어요.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고."

왕지혜는 2001년 CF로 데뷔했다. 중학교 졸업식을 끝내고 서울 명동에 놀러나갔다가 명함을 받았다. 시력이 안 좋아서 늘 안경을 끼고 다녔는데 이날은 처음 콘택트 렌즈를 끼고 외출을 한 날이었단다.

길거리 캐스팅 됐을 땐 기분이 어땠나요.

"신기했죠.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초반에 CF도 많이 찍었어요. 근데 제가 성격이 워낙 내성적이에요. 고1 때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대본을 받으면 한마디도 못할 정도였어요. CF 오디션 때도 표정연기가 안 돼 중간에 포기한 적도 많고요. 다행히 지금은 일을 하면서 성격이 많이 밝아진 것 같아요."

데뷔 한 지는 9년이나 됐는데 그동안 주목을 받진 못했던 것 같네요.

"저도 그게 속상했어요. 사실 작년 여름에도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길거리 캐스팅 된 적이 있어요. 매니저라고 하면서 명함을 주시더라고요. 그때 이를 악물었죠. 저 자신에 대해 화가 났어요.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오기가 사람을 악바리로 만드는 것 같아요. 근데 그 매니저님 이제는 저 기억해주시겠죠?"


② 서울 금호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촬영을 진행하던 도중 정유미(왼쪽) 왕지혜가 카메라 앞에서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성북동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 시장 골목으로 장소를 옮겼다.

오전엔 은지(정유미)와 진숙 둘만 나오는 장면이었고 오후엔 준석(김민준)과 동수(현빈), 도루코(임성규)가 가세했다. 현빈만 이날이 마지막 촬영이고 나머지는 부산으로 이동해 12일까지 촬영을 마저 해야 한다.

창문을 열고 부채질을 하고 있는 동네 주민들, 골목길을 뛰어다니는 꼬마들, 오토바이를 탄 우체부, 택배 기사 등 행인들이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촬영을 구경했다.

준석이, 동수, 상택(서도영)까지 세 남자가 동시에 진숙을 좋아하는데 누가 제일 이상형이에요?

"다들 너무 틀려서. 개인적으론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을 좋아해요. 딱 한 사람을 꼽기 보다는 그 셋을 조금씩 섞으면 좋을 것 같아요."

키스신은 없나요?

"진한 키스신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냥 기습 키스 정도? 준석이랑 눈 맞으면서 포옹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도 감독님이 키스를 할까 하다가 '준석을 향한 진숙의 마음은 모성애에서 출발했으면 좋겠다'라고 하셨어요."

현빈씨는 실제로도 과묵하다면서요?

"극중 몰입을 처음부터 깊게 하고 계셨던 것 같아요. 초반부터 영화의 뒷부분을 찍은 셈이니까."

민준씨는 썰렁한 유머로 촬영장에서 악명이 자자했다던데.

"저도 처음엔 오빠 개그가 당황스러웠는데, 적응이 되니까 '정말 대단하다, 이런 깊이가 있구나' 느끼게 됐어요."

재밌다는 말인가요. 웃어주는 사람이 더 나쁜 거 알죠.

"아니 그게, 집에 가서 생각하면 혼자 큭큭 웃게 되는 맛이 있다니까요.(웃음)"

③ 드라마속 삼각관계의 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김민준 왕지혜 현빈 세 사람이 감독의 큐 사인을 기다리며 서있다.

'친구'에서 진숙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은 '가족'이다.

곽경택 감독은 '친구'의 드라마판을 만들기 위해 진숙이 캐릭터에 공을 들였다. 가족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저리는 진숙의 상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아파해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오디션장에 한 여배우가 나타났다. 감독은 그녀가 살아온 길을 하나씩 묻기 시작했다. 대화가 끝났을 때 곽 감독은 그녀에게 휴지를 상자 채 건넸다.

그녀의 눈에선 사연 많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눈물이 바로 왕지혜가 진숙을 체화한 원동력이다.

곽 감독이 대체 무슨 얘기로 지혜씨를 울렸는지 궁금해요.

"오디션 때 사적인 얘기를 많이 물어보셨어요. 드라마 속 진숙이가 불우한 가족에 대한 부분이 많이 부각되잖아요. 아버지가 선원이라든가, 어머니가 돈을 많이 날린다든가 하는 설정에 대해 물어보셨어요. '생활들은 어땠는지, 어린 시절이나 학교 다닐 때는 어땠는지.' 그런 얘기는 다른 사람과 처음 해본 거였어요."

개인사라면 어떤....

"진숙과 닮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물론 아버지가 선원은 아닌데, 진숙이 이해할 수 있는 건 저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것들.... 경제적으로 풍요롭진 않았어요.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고."

왕지혜는 2001년 CF로 데뷔했다. 중학교 졸업식을 끝내고 서울 명동에 놀러나갔다가 명함을 받았다. 시력이 안 좋아서 늘 안경을 끼고 다녔는데 이날은 처음 콘택트 렌즈를 끼고 외출을 한 날이었단다.

길거리 캐스팅 됐을 땐 기분이 어땠나요.

"신기했죠.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초반에 CF도 많이 찍었어요. 근데 제가 성격이 워낙 내성적이에요. 고1 때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대본을 받으면 한마디도 못할 정도였어요. CF 오디션 때도 표정연기가 안 돼 중간에 포기한 적도 많고요. 다행히 지금은 일을 하면서 성격이 많이 밝아진 것 같아요."

데뷔 한 지는 9년이나 됐는데 그동안 주목을 받진 못했던 것 같네요.

"저도 그게 속상했어요. 사실 작년 여름에도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길거리 캐스팅 된 적이 있어요. 매니저라고 하면서 명함을 주시더라고요. 그때 이를 악물었죠. 저 자신에 대해 화가 났어요.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오기가 사람을 악바리로 만드는 것 같아요. 근데 그 매니저님 이제는 저 기억해주시겠죠?"

④ 교복 입은 왕지혜(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