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광화문 광장 분수의 ‘12·23’이 일본 왕의 생일과 같을 뿐 아니라 명랑해전의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조선닷컴 8월 1일 보도)
서울시는 명량대첩에서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을 격파하며 ‘23전 23승’의 불패신화를 이룬 충무공의 기상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분수대를 ‘12·23’이라 명명했다. 그러나 학계와 네티즌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우선 역사적 사실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충사관리소 송대성 기획운영과장은 “충무공 관련 여러 사료를 종합해보면 명량대첩 당시 충무공의 함대는 13척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고,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 이대기 운영과장도 “학계에서도 12척인지 13척인지 논란이 있는 만큼 12척으로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분수대 이름과 역사적 사실 사이의 부합 여부를 떠나더라도 국민 정서의 문제가 남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광화문분수의 이름을 변경해야합니다”라는 제목으로 1만명을 목표로 한 네티즌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며, 지난달 30일 발의 이후 현재(3일 13시)까지 4,384명이 서명했다. 서울시에도 전화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하여 민원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에 관해 서울시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설비부의 한 관계자는 “분수대의 이름을 지으며 일왕 생일과의 일치 여부는 전혀 몰랐다”며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해 줄 것을 국민들에게 부탁했다. 그는 또 “이번 일로 오히려 일왕의 생일이 국민들에게 더 각인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아직까지 분수대의 이름을 바꿀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현충사관리소 송과장은 “정확히 사료를 바탕으로 명명한다면 ‘13·23’이 되어야겠지만, 충무공의 유명한 장계에 ‘12’라는 숫자가 언급되어 있는 만큼 그 정신을 강조하려는 취지였다면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순신연구소 이과장도 “충무공의 얼과 정신을 계승하자는 의미가 핵심인 만큼 의미 없는 논쟁에 치닫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원히 사용할 이름을 역사적 사실과 진실을 헤아려 결정하기 바란다”는 네티즌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은 만큼 서울시의 고민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