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경찰서는 22일 게임중독 등으로 가정에 소홀하다며 자신의 어머니 유모(40)씨를 둔기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조모(21)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조선닷컴 7월 22일 보도)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몇 년 전부터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PC방에서 사나흘씩 밤을 새는 등 집안 일을 돌보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익산서 강력4팀은 의아했다. 살해 동기가 석연치 않았기 때문이다.

“집에 들어왔는데 어머니가 책을 보며 눈길조차 안 줘 살해했다”는 게 살해동기였을까? 게다가 범인 조씨는 오전 8시쯤 범행 5시간만에 자수했다. 그런 경찰과 조씨의 진실 게임은 오후 늦게 시신 감식 결과가 나오면서 끝났다.

숨진 유씨에게서 정액 양성 반응이 나왔다. 추궁을 하자 조씨는 “어머니를 성폭행 한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웠다”고 자백했다. 그날 조씨 모자(母子)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조씨는 검정고시로 고교를 졸업한 후 이벤트 회사에서 월80만원을 받고 음향기기 설치일을 했다. 석공(石工) 아버지는 10살 때 암으로 숨졌고 여동생은 2년전 고향을 떠났다. 작년 친할머니가 숨진 뒤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다.

어머니는 조씨가 7살 때 4년간 집을 비운 뒤에도 수차례 가출했다. 조씨가 11살때 교통사고를 당해 받은 보험금 7000만원을 들고 나갔고 최근에는 집수리를 하겠다며 조씨 앞으로 300만원을 대출받아 PC방 비용으로 탕진했다.

4∼5일 동안 PC방에서 먹고 자며 게임과 채팅을 하느라 집을 비우는 적도 많았다. 주민들은 “할머니가 조씨를 키우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채무고지서와 밀린 전기·수도요금도 조씨에게 골칫거리였다.

22일 오전 2시쯤 소주 2병을 마시고 돌아온 조씨는 자고 있던 어머니 곁으로 다가갔다. 조씨는 경찰에서 “어릴 때부터 엄마가 안아주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어머니의 팔을 베고 자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날은 어머니가 조씨를 뿌리쳤고 둘은 말다툼을 했다. 조씨는 경찰에서 “귀찮다고 뿌리치는 엄마와 몸싸움을 하는 와중에 순간적으로 성욕을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에는 그런 느낌을 갖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어머니 유씨가 옷을 챙겨 입자 신고를 하러 밖으로 나가는 것이라 착각했다. 화장실을 뒤따라가 둔기로 머리를 내리쳐 숨지게 했다. 처음에 조씨는 앞마당에 시신을 묻으려 했다.

옆집에서 삽과 수레까지 빌렸다. 여동생과 친구에게 살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지만 “친척에게 알리겠다”“자수를 하라”는 말만 들었다. 겁을 먹은 그는 스스로 경찰에 전화를 걸었고 23일 구속됐다.

익산서 황인택 팀장은 “조씨가 어머니를 어머니로 생각지 않은 것 같다”며 “그동안 가정에 소홀히 했던 유씨에게 쌓인 배신감과 분노가 한순간 폭발한 걸로 본다”고 했다.

실제 익산시 황등면의 조씨 집 마당에는 오랫동안 손길이 가지 않은 듯 허리춤까지 잡초가 우거져 있었다. 경찰은 “변변한 가재도구는 물론 쌀도 없었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과 별다른 교류도 없었다. 집은 그저 모자가 각각 잠만 자는 곳에 불과했다.

황 팀장은 “형사 생활 20년동안 아들이 친어머니를 성폭행한 사건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며 “조씨 역시 범행 직후 심한 자책감으로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총 1만7118건의 성폭력 범죄가 일어났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를 포함한 수치다. 가해자 1만7825명 중 373명이 피해자의 친족이었고 그 가운데 276명은 한 집에 같이 사는 경우였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친족에 의한 성범죄는 제대로 신고가 되지 않아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신고를 하는 순간 가정이 해체될 것을 두려워하는 피해자들이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 기관에서 상담을 한 1430건의 성폭력 범죄 중 14.3%인 204건이 친족에 의한 성범죄였다. 가해자가 여성인 경우는 전체 사례의 3% 정도다. 동네 어린 아이들을 성추행하는 여성이 대부분이다. 1991년 개소(開所)한 이래 상담했던 친족에 의한 성범죄 중 가해자가 여성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서강대학교 양성평등연구소의 변혜정 교수는 “어머니와 아들간의 성폭력 문제가 아버지와 딸의 문제와 비교해서 유별스러운 것은 아니다”고 했다. 친오빠가 여동생을 성폭행 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지만 잘 안보이는 것처럼 모자 간의 문제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개인적인 트라우마나 심리적 결핍으로 어머니를 어머니로 인식못하고 금기(禁忌)를 넘어버리면 여느 근친(近親)간의 성범죄와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실제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어머니가 상담 신청을 해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이다.

조씨의 경우에는 모성(母性)에 대한 기대가 아직 남아 있는 동시에 심리적인 압박감과 분노가 혼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머니의 성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유씨를 조씨 스스로가 부양하고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변 교수는 “기대와 불만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순간적으로 유씨가 어머니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머니를 학대하는 아들과 성폭행 하는 아들은 심리적으로 같은 연장선 상에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