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도서관아, 반가워. 앞으로 잘 지내자." (1학년 최해림양)
23일 오전 9시30분. 전남 순천시 별량면 송기리에 위치한 별량초등학교 송산분교에는 방학 기간인데도 학교에 나온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조선일보와 롯데장학재단이 후원해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꿈을 키우는 도서관 7호점' 기증식을 구경하기 위해 아이들 40여명이 엄마 손을 잡고 학교에 나온 것이다.
신기한 듯 도서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던 4학년 정채원양은 박진환 선생님을 보자마자 쪼르르 달려가 "도서관에서 친구들이랑 밤새울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사실 이 학교는 2년 전만 해도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가 언제 통폐합될까' 노심초사하던 '위기의 학교'였다. 행정구역은 '순천시'지만 학생들이 잇따라 도시로 전학을 가면서 전교생이 11명까지 줄어든 상태였다.
그러나 2007년 겨울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시골에서 '친환경'의 새로운 공교육 모델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하면서 학교 운명이 180도 바뀌었다. 학교는 '쉬는 시간마다 텃밭에서 직접 채소를 가꾸고 주말이면 민속마을과 순천만에서 역사교육과 갯벌체험을 하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소문이 퍼지면서 11명이던 학생 수는 1년 반 만에 94명으로 8.5배나 늘어났다.
정원이 늘어나 폐교는 면했지만, 이 학교 교사들과 학부모들 마음속에는 무거운 짐이 있었다. 창고와 다를 바 없는 낡은 도서관 시설 때문에 독서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 한 학부모가 '시골 학교에 도서관을' 캠페인 기사를 읽고 학교에 건네면서 송산분교의 '숙원'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시골 학교에 도서관을' 캠페인 사무국은 시골 학교를 살리려는 교사와 학부모의 끈질긴 노력에 감동해 이 학교를 우선 지원 대상으로 분류해 7월 초부터 공사에 착수했다.
공사 전 학생들은 '다모임(전교생 회의)'에서 새 도서관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구석진 곳이 책 읽기에 좋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도서관 한쪽에 복층으로 된 다락방을 만들었다. "책 읽고 연극하고 싶어요"라는 소원은 도서관 옆면 작은 무대로 현실이 됐다.
이 학교 5학년 윤지아(11)양은 "학교가 집보다 좋을 정도인데 항상 도서관이 낡은 게 아쉬웠어요"라며 "이제는 하나도 부러운 게 없어요"라고 말했다. 축구를 밥보다 더 좋아했다는 박지원(11)군도 "운동장에서 노는 것보다 도서관이 더 좋아요"라며 "크리스마스까지 100권이나 150권은 읽을 것"이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조선일보와 롯데장학재단은 올 연말까지 전국 20여개 시골 학교에 '꿈을 키우는 도서관'을 지어줄 계획이다. 도서관 리모델링 신청은 '시골 학교에 도서관을' 홈페이지(http://libraryup.chosun.com)에서. 문의는 (02)776-6723 캠페인 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