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봉하는 영화 '국가대표'는 지금까지의 한국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볼거리를 준다. 이 영화에 쓰인 컴퓨터그래픽(CG)은 흠잡을 데 없다. 몇몇 과잉 연기와 스토리의 설익은 압축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칭송받아야 하는 이유는, 모든 CG가 충실하게 영화가 추구하는 리얼리즘적 스펙터클을 뒷받침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스키점프 장면들은 수없이 반복되지만 매번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이것은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박지성이 보여줬던 골 장면을 아무리 반복해 봐도 지루하지 않은 이치와 같다.
무주동계올림픽 유치를 앞둔 1996년, 어린이 스키교실을 운영하던 방 코치(성동일)에게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을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미국으로 입양된 뒤 미국 주니어 스키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차헌태(하정우)를 비롯해 나이트클럽 웨이터와 고깃집 아들, 할머니와 동생을 부양하는 청년이 모인다. 이들 모두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따야만 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예전에 스키 좀 탔었다는 이력 하나뿐인 이들은 열악한 훈련시설과 장비로 트레이닝 끝에 독일 스키점프 월드컵에 출전한다.
관객 600만명을 넘긴 '미녀는 괴로워(2006)'로 매끈한 상업영화 연출의 본보기를 남긴 김용화 감독은 '국가대표'에서 더욱 세련된 화면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는 적어도 카메라가 늦게 빠지거나 대사가 비어 어색한 장면을 찾기 어렵다.
독일세계대회와 미국동계올림픽을 직접 찾아가 찍었다는 경기장면과 관중 모습은 컴퓨터로 만들어진 경기장에 잘 합성돼 실제 경기를 보는 듯한 쾌감을 준다.
특히 '캠캣(CamCat)' 카메라를 활용한 점프 장면들에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캠캣은 점프대를 따라 설치된 와이어에 매달려 선수와 같은 속도(시속 90~100km)로 이동하며 찍는 카메라다. 이 영화가 자랑하는 것 역시, 점프대를 활강해 날아오르고 착지하는 장면을 CG 처리 없이 모두 국내외 현역 선수들이 직접 뛰었다는 점이다. CG는 그 모습에 배우들의 얼굴을 합성해 넣는 데 쓰였다.
영화는 이런 역동적인 화면에 좌충우돌 훈련 중 벌어지는 코미디를 잘 버무렸다. 그러나 금메달을 따야만 하는 주인공들의 사연에 깊은 공감을 하긴 어렵다. 특히 자신을 입양시킨 어머니를 찾아나선 하정우의 스토리는 과감한 생략과 압축이 아쉽다(여기엔 TV 아침드라마의 단골 캐릭터와 상황이 대거 등장한다).
영화의 뛰어난 사운드트랙을 빼놓을 수 없다. '미녀는 괴로워'에서 '마리아'를 대 히트시킨 '러브홀릭' 출신 이재학의 음악은 장쾌한 화면에 '소름 기능'을 추가한다. 선수의 몸과 스키가 수평이 되어 수만 관중을 향해 날아갈 때, 이재학의 음악은 그 스키에 제트엔진을 단 듯 폭발적이다.
이 영화 최고의 감동은 맨 마지막 장면에 이은 자막에서 배어 나온다. 때론 현란한 화면보다 문장 한 줄에서 눈을 떼기 어려운 법이다.
[▷ [시네 업데이트] 5초의 비상을 위해 청춘을 건다 - 43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