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어느 신문, 어느 매체에나 존재합니다. 하지만 인터뷰도 인터뷰 나름입니다. 스포츠조선이 전혀 다른 시도로 차별화된 '10대1 인터뷰'를 신설했습니다. 말그대로 질문을 받는 사람 즉, 인터뷰이(interviewee)는 한 명이지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무려 10명입니다. 그것도 해당 스포츠 스타와 밤낮으로 함께 부대끼는 동료 선수들입니다. 그들에게 자신이 궁금한 것을 질문하게 하고, 기자는 주인공에게 질문을 전달한 뒤 답변을 얻어내는 메신저 역할만 합니다. 선수가 질문자로 나서면 기자나 비업계 인사가 도저히 할 수 없는 기발하고, 펄펄 살아있는 질문들이 사방에서 꽂힙니다. 독자 여러분, 이제부터 지상에서 펼쳐지는 선수들의 '다자간 대화'를 즐겨 보십시오. |
'10대1 인터뷰'의 첫 주인공은 롯데 간판스타 이대호다. 이대호는 전반기 막판 맹활약하며 롯데의 4강 진입을 이끌었고, 올스타전의 꽃인 홈런레이스 우승으로 상종가를 치고 있다. 소속팀인 롯데를 비롯한 8개구단 선수들에게 이대호에게 궁금한 것을 말하라고 했더니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제목은 '10대1 인터뷰'지만 이대호에 대한 관심이 워낙 높은 탓인지 롯데 홍성흔, 두산 김선우, KIA 장성호, 히어로즈 이택근 등 무려 16명의 선수가 질문자를 자청했다. '기자'로 변신한 선수들의 날카로우면서도 엉뚱한 질문에 이대호도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쾌하게 대답을 이어나갔다. 무엇보다 이대호의 엄청난 몸집이 질문자로 나선 선수들에겐 가장 큰 관심사였던 모양이다. |
―실제 몸무게를 밝혀달라. 여러차례 물어봤지만, 솔직한 답변이 아닌 것 같다. (KIA 장성호)
▶(조금 뜸을 들이며 고민을 하다가) 음.... 공식적으로 처음 내 입으로 밝히는 것 같은데 현재 127㎏이다. 하지만 예전에 10㎏ 정도도 뺐고, 더 뺄 수도 있다.
―살 뺄 생각은 없는가. (삼성 조동찬) 살 안빼는 이유가 뭔지(롯데 최기문)
▶(순간 얼굴이 굳어지고 진지해졌다) 살빼고 싶다. 하지만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부상 방지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느낀다. 매년 시즌 마치고 5~10㎏ 정도를 빼는데 솔직히 힘들다. 야구를 하면 운동 후에 야식도 먹게 되고 체질도 너무 잘 찌는 편이다. 체력 유지가 관건이기에 무리해서 뺄 수 없는 탓도 있다. 올해 결혼하면 와이프가 다이어트에 도움되는 식단을 짜서 도와주겠다고 한다.
―맞을 각오로 물어보는 건데.... 보기엔 굉장히 몸이 무거워 보인다. 야구하는데 불편하지는 않은가. (히어로즈 장원삼)
▶(맞을 각오란 말에 크게 웃더니) 어려서부터 야구를 했으니 몸에 배 있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
―그렇게 큰 몸으로 부드러운 스윙이 가능한 이유 (SK 최 정), 유연성이 탁월한 비결은. (한화 이범호) 나는 조금만 살이 붙어도 순발력이 떨어지는데 거구에도 불구하고 공-수에서 순발력이 뛰어난 비결은. 선천적인가. (두산 김선우)
▶방금 전과 비슷한 답변인데 몸에 배 자연스럽게 나온다. 또 살이 쪄도 남들에게 지기 싫어 더 열심히 움직이려고 한다. 둔하다는 말이 싫어서 그런 것도 있다. 유연성은 별론데.... 빠르게 움직이려고 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예쁘게 봐주는 것 같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따로 하는지. 웨이트트레이닝 중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지. (SK 최 정)
▶웨이트트레이닝은 겨울에 주로 한다. 시즌때는 매일은 힘들고 이틀에 한번 꼴로 점심 먹기 전에 한다. 몸에 무리가 안되는 가볍고 전체적인 운동을 한다.
―시즌 중 몸을 위해 따로 챙겨먹는 것이 있는지. (한화 이범호, 두산 김현수)
▶일단 뭐든지 잘먹고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한다. 고기도 좋은 걸로 먹고, 삼계탕도 좋다. 부산에 있으니까 장어나 회도 좋은데 (김)태균이랑은 남포동에 민물장어 몇 번 먹으러 간 적 있다. (침을 꿀꺽 삼키며) 현수랑도 다음에 한 번 가야겠다. 보양식은 따로 챙겨먹진 않는다. 한약도 입에 안맞아 안먹는다. 그러나 나이가 들다보니 보양식의 필요성을 점점 느낀다. 얘기 나온 김에 이제부터라도 한약이나 보양식도 챙겨먹어야겠다.
―프로에 처음 왔을 때 투수였는데 타자로 전향할 때 누구와 상의해서 어떻게 결정했는지. (삼성 강봉규)
▶(당시를 잠시 회상하더니) 투수를 하고 싶었지만 어깨가 아파서 자신 없었다. 그 당시 박영태 수석코치, 우용득 2군 감독, 양상문 투수코치, 박동수 재활군 코치 등 네 분이 조언을 해주셨다.
―2006년 트리플크라운을 하면서 최고타자로 우뚝 섰다. 그 이전에는 돋보이지 않았는데, 그해에 어떤 계기로 타격에 눈을 떴나.(LG 박용택)
▶2006년엔 시즌 전에 경남 양산의 통도사에서 2개월 정도 있으면서 심적 변화가 많이 생겼다. 오기도 생기고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하루도 빠짐없이 등산하니 살도 빠지고 마음도 편해졌다. 외부와 단절되다보니 스트레스 없어졌다.
―올초 타격감이 안좋아 고생을 많이 하던데 요즘은 제 페이스를 찾은 것 같다. 같은 타자로서 부진을 극복할 정보를 공유했으면 한다. (LG 이진영)
▶초반 부진 이유는 WBC 이후 휴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쉬고 싶었다. 그리고 체계적인 동계훈련의 필요성도 절실히 느꼈다. 배팅도 T배팅부터 체계적으로 해야 되는데 훈련시기 때부터 빠른 볼에 대처하다보니 감각을 잃었던 것같다. 자신감이 바로 부진함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운좋은 바가지성 안타라도 1개 나온다면 부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빨리 올 것이다.
―어떻게 하면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는지 비법이 있나. (두산 김현수)
▶나랑 홈런 비슷하지 않나.(전반기 이대호는 18개, 김현수는 17개) 이런 질문하는 거 보면 현수도 참 대단한 타자다. 무엇보다 (홈런)욕심을 버려야 된다. 현수는 워낙 잘치고 라이너성으로 공이 잘 뻗기 때문에 잘 맞히면 넘어가니까 걱정마라.
―홈런에 욕심이 있나, 안타에 욕심이 있나. (두산 김선우)
▶팀에서 4번타자니까 홈런이 중요하겠지만 둘 다 욕심있다. 예전엔 타율에 신경썼다면 '로~(로이스터)'감독님 부임 이후로는 타점에 굉장한 욕심이 생겼다. 찬스에 강한 타자가 되고 싶다.
―구종을 노리는가, 코스를 노리는가? (KIA 김상훈, SK 나주환)
▶코스를 생각한다. 공의 위치와 변화를 보고 친다. 가끔씩 큰 게 필요하다 싶을 때는 노리고 들어가서 치기도 한다.
―FA되면 해외 진출 할건지, 간다면 어디로. (롯데 최기문)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다. 근데 난 롯데맨이다. FA 되더라도 롯데팬들이나 프런트들의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다른 곳에 간다는 생각 못해봤다. 만약 외국쪽으로 진출하게 된다면 일본 지바롯데로 가고 싶다. 그렇게라도 영원한 롯데맨이 되고 싶다. 내가 롯데밥을 먹은게 어언 9년인데 이왕 간다면 자매팀으로 가는게 낫지 않을까.
―얼마전에 그라운드에서 프러포즈를 했는데 어떻게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SK 나주환)
▶솔직히 팬들께 비난 받을 수 있을거란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오로지 야구선수를 남자친구로 둔 여자친구(신혜정양)를 위해서 야구장 프로포즈를 결심했던 것이었고 그런 용기도 여자친구 때문에 생겼다.
―장가갈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경과를 알고 싶다. (한화 김태균)
▶하하하. 천천히 준비 잘돼가고 있다. 결혼식 일시와 장소는 확정됐다. 12월 26일 오후 1시인데 장소는 부산 롯데호텔에서 하려고 마음을 굳혔다. 근데 아직 호텔과는 계약을 못했다. 곧 할 것이다.
―애는 몇명이나 가질 계획인지. 아들을 낳을 경우 야구를 시킬거냐. (히어로즈 이택근)
▶(설레는 표정) 개인적으로는 아들 1명, 딸 1명이면 좋겠다. 3명도 좋다. 아들이 죽어도 야구가 하고 싶다면 OK하겠지만 웬만하면 시키고 싶진 않다. 내가 힘들게 야구했고 어떻게 고생할건지 알기 때문에....
―(웃으며 질문) 왜 그렇게 잘 삐치나. 본래 성격이 그런가. (히어로즈 이택근)
▶(한바탕 크게 웃은 뒤) 택근이형이 나랑 친해서 그런 질문을 한 것 같다. 사실 삐친 척 하는거다. 그리고 난 소심한 A형 남자다. 그래서 더더욱 그렇게 보이나 보다.
―올시즌 끝나고 결혼하는데 4주 훈련과 겹치지 않겠나. 나도 부산에서 훈련받아야 하는데 나와 함께 받을 생각 있는가. (히어로즈 장원삼)
▶군사훈련일정은 결혼식과 겹치지 않을 것 같다. 잘 아는 사람과 같이 훈련할 수 있으면 나야 좋다.
―술도 잘 마시는 것 같던데 실제 주량은. (KIA 장성호, 롯데 홍성흔)
▶술은.... (굉장히 부끄러워하는 표정) 소주 4~5병 정도.
―프로야구 선수 중 달리기로 이길 수 있는 선수가 있나. (롯데 홍성흔)
▶(진지하게) 없다. 하지만 성흔이형이랑은 살빼서 한번 붙어보고 싶다.(웃음) 우리 팀 '똥차(느린 선수의 속어)' 3인방이 나랑 성흔이형, 그리고 (강)민호다. 대결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