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토목공학과는 이 대학의 '터줏대감'으로 불린다. 1953년 '건공학과'로 출발해 사회 트렌드에 맞게 여러 차례 옷을 바꿔 입었다.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개설하고 학과를 개편하는 등 끊임없이 시대변화에 발맞춰왔다.
지난 2007년에는 환경공학 전공과 함께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로 편입됐고, 지난해에는 부산대와 국립 밀양대의 통합을 계기로 밀양캠퍼스 산업토목학과를 통합했다. 또한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지진실험센터를 구축하면서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문성우 학과장은 "새로운 고민은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토목인을 양성하는 것"이라며 "2004년부터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의 토목공학전문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국제적 수준의 공학교육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생의 만족도 높아
토목공학은 도로·하천·도시계획 등 토목에 관한 이론과 실제를 연구하는 공학분야다. 주로 구조공학, 수공학, 토질 및 기초공학, 측량공학, 건설관리 등을 배운다. 문성우 학과장은 "국가의 기간산업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건축물의 설계·건축·유지 등을 다루는 건설업보다는 규모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3학년 강나리씨는 "어릴 적 웅대한 부산 광안대교를 보면서 멋진 교량과 건축물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4학년 손정웅씨 또한 "여행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터널, 다리, 댐"이라며 "앞으로 세계인들에게 인정받는 멋진 토목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학년 이정택씨는 "인프라 구축은 시대가 변해도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비전이 높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건축이나 환경공학보다는 취업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걸출한 졸업생들이 많다. 부산·경남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학계, 업계, 관계의 중요한 직책에 대거 포진해있다. 학과 관계자는 "부산·경남 지역의 토목 관련된 분야에는 늘 부산대 토목공학 출신이 있다"고 귀띔했다. 졸업생들의 학과 만족도도 높다. 2004년 유력 일간지 대학평가 토목공학과 편에서 졸업생 부문평가 톱 5에 들었던 것을 비롯해 대학 내 자체 평가에서도 평판도가 높은 학과로 손꼽힌다. 문 학과장은 "졸업생들이 학과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라면 발벗고 나선다"며 "동문회 장학재단에서 해마다 재학생 4명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는가 하면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재학생들의 실무 능력과 경험을 쌓는 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3학년 김지현씨는 "유수 기관에 취업한 선배들이 학교를 자주 방문해 취업 설명회를 열거나 사적으로 진로 상담을 해준다"며 "현업에서 활동중인 선배들이라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동문회 장학금을 비롯해 장학금 혜택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교내 장학금, 외부 장학재단 프로그램, 기타 학과 내 장학금 등으로 절반에 달하는 재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고 있다. 또한 대학원생 중 70% 이상이 2006년 '유비쿼터스 항만물류 인프라 구축' BK21 사업단에 선정된 이후 장학금 수혜를 받고 있다. 박사과정은 월 100만원, 석사과정은 월 50만원을 받는다. 전액장학금을 받은 김지현씨는 "국립대라서 등록금 부담이 적고 장학금 수혜도 많다"며 "아르바이트를 따로 하지 않고 학과 공부에 열의를 쏟는다"고 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지진모사 실험시설 구축
최근에 토목공학과에서는 큰 자랑거리가 생겼다. 부산대 양산 제2 캠퍼스 1만200㎡(3000평) 부지에 세계 최고 수준의 '다지점 가진 대용량 지진모사 실험시설'을 설치한 것. 지난 6월 지진실험센터 준공식을 가졌다. 실험가능 면적이 국내 최대 크기며, 이동해 설치할 수 있는 진동대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지점의 지진 실험이 가능하다. 이로써 부산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지진모사 실험시설과 지진기술 연구 클러스터를 갖춰 국제적인 지진공학 관련 연구를 수행하게 됐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진환 교수는 "부산대 토목공학과가 세계적인 지진공학 연구의 메카로 발돋움할 좋은 기회"라며 "부산대뿐만 아니라 국내 지진 재해 예방 및 내진 관련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실험시설 구축은 지난 2004년부터 정진환 교수가 주축이 돼 준비했다. 국토해양부의 분산공유형 건설연구인프라 사업에 참여해 정부 예산 127억을 출연 받는 데 성공했다. 6년간 부산대 현물기부 25억을 합쳐 총 152억 원의 예산이 투자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또한 지진실험센터 설립에 맞춰 세계적 지진공학연구소인 미국 UC버클리 지진공학연구소(EERC)와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을 포함한 3자간 지진 공동연구협력에 관한 MOU(양해각서)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앞으로 세 기관은 인적 교류, 공동연구, 공동 학술행사 개최, 연구정보 교환, 공동 교육연구프로그램 운영, 인턴십 등 지진연구를 함께 수행할 예정이다. 정 교수는 "뛰어난 연구 업적인 좋은 시설에서 나온다는 일념으로 지진실험센터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했다"며 "앞으로 지진실험센터에서 연구한 토목공학과 재학생들은 세계 명문대 토목학과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2학년 이정택씨는 "최고의 시설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렌다"고 말했다.
부산대 지진실험센터는 오픈한 지 이제 한 달 남 짓 흘렀지만 벌써 입소문이 났다. 국내 산업계, 학계 및 연구소에서 지진실험센터에서 실험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한다. 최근에는 주한 영국문화원과 영국 브리스톨대가 주최하는 '2009 다이나믹 디자인 챌린지(Dynamic Design Challenge)'의 결승전을 열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다. 대회 관계자인 주한 영국문화원 고유미 공보관은 "올해 첫 회로 지진에 대비한 건물구조 설계, 건물 외관 디자인 등에 관한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겨루는 공모전"이라며 "대회를 진행하는 데 부산대 지진실험센터가 최적의 장소라 여겼다"고 말했다. 대회에 참가한 4학년 손정웅씨는 "세계적 수준의 대회를 지진실험센터에서 진행하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토목공학과는 2011년부터 새로운 건물에서 둥지를 튼다. 문성우 학과장은 "토목공학과 학생들이 머물 8층 규모의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건물이 지어진다"며 "외적인 변화는 물론 내적인 변화를 끊임없이 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