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유영석과 그의 아내

90년대 가요계 3대 미성을 아는가?

사람들은 ‘겨울바다’의 유영석, ‘텅 빈 거리에서(015B)‘-’처음 만날 때처럼’의 윤종신, ‘이미 그댄’의 박학기를 묶어 가요계 3대 미성이라고 불렀다. 이들 중 지금도 미성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박학기 뿐이다. 유영석에 따르면 박학기의 미성 유지 비법은 술담배를 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이다.

“종신이는 작곡하는 가수고, 전 편곡에 미친 뮤지션이죠. 학기형은 가수예요. 각자 중요시하는 부분이 다르죠. 전 사실 노래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합니다. 할 사람이 없어서 제가 했죠.”

유영석은 자신의 음악인생 23년을 정리하는 헌정앨범을 준비중이다. 독특한 점이라면 자신의 헌정앨범을 스스로 제작한다는 것. 지난 6월 말 슈퍼주니어 규현이 부른 ‘7년 간의 사랑’을 타이틀곡으로 3곡을 먼저 공개했다.

당초 헌정앨범은 유영석의 소속사에서 기획했다. 하지만 유영석은 ‘내 삶을 소홀히 할 수 없어서’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2001년 베스트앨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후 가장 공들이고 있는 앨범이다. 유영석은 “이 두 앨범에 내 모든 인생이 담겨있다”고 했다. 목소리는 모두 새로운 보컬들로 채웠다. 하지만 다른 헌정앨범에는 없었던 추억을 더하겠다는 포부다.

유영석은 본인 노래 중에는 ‘겨울바다’, 타인에게 준 노래 중에는 ‘세상이 그댈 속일지라도(김장훈)’을 최고로 꼽았다. 특히 유영석에게 있어 ‘겨울바다’의 의미는 각별하다. 그는 이 곡을 중 3때 만들었다. 녹음도 피아노 쳐서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했다. 유영석은 베스트앨범에도 ‘겨울바다’는 반드시 1집 버전으로 넣는다.

“그 행복감, 순수함이 다시는 안 나와요. 헌정앨범에도 아직 녹음을 못했어요. 그걸 표현할 만한 보컬을 못 찾아서.”

[겨울바다 - 푸른하늘(1988)]

유영석은 토이 유희열처럼 원맨밴드 형식으로 20여년간 활동해왔다. ‘푸른 하늘(1988-93년)’과 ‘화이트(1994-98년)’가 대표적이다. 그룹을 바꾼 것은 음악 스타일을 뮤지컬스럽게 바꾸기 위해서였다. 유영석은 “변덕이 심해서 새로운 걸 추구하지 않으면 답답한 성격”이라고 스스로를 표현했다.

재작년에는 ‘러브 인 카푸치노’라는 뮤지컬을 제작했다. 지금은 9월에 개봉하는 감우성 주연의 영화 ‘도도’의 사운드트랙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 스타일의 소나타 앨범을 하나 내고 싶다”는 욕심도 갖고 있다.

“클래식 화성에 팝적인 멜로디를 더해서, 시간은 4-5분대로 짧은, 그런 음악을 준비하고 있어요. 노래는 한 곡 정도 넣고.”

유영석은 ‘참 순탄한 인생’이라고 자평했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하고 싶은 음악을 했고, 음악적으로도 실패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애달픈 감수성은 어디서 나올까?

“술에서 나오죠. 전 감정기복이 심하거든요. 혼자 술 자주 마셔요. 원래 성대결절은 술 마시면 안 되는데, 저는 노래와 작곡 중에 작곡을 선택한 거죠.”

작곡가 유영석과 그의 아내

유영석이 꼽은 전혀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던 노래는? 화이트 2집(1995)에 실린 ‘사랑 그대로의 사랑’이다. 이 노래는 유영석이 96년 미스코리아 출신인 아내 한가영에게 바친 노래다. 유영석은 두 사람의 연애시절에 대해 “나는 아내에게 미쳐있었다”면서 “아내는 음주소년인 날 문학소년으로 알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한가영은 유영석이 출연하는 ‘일요일일요일밤에’의 ‘오빠밴드’ 코너에 잠시 출연하기도 했다.

“아내에게 준 기념으로 앨범에 넣었는데, 난리가 났더라구요. 이런 노래를 좋아할 수도 있구나 싶었죠.”

자신보다 키가 5cm 더 큰 미모의 부인을 얻은 매력은 역시 음악이었다. 하지만 유영석은 동의하지 않았다.

“외모라니까. 와이프도 날 처음 본 순간 반했다구. 여자친구 없죠? 있어봐, 없을 때가 그리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