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대(淸代) 18세기 중반 조설근(曹雪芹·1715 ~1763)이 쓰고 고악(1763~1815)이 후반부를 수정·보완한 장편소설 《홍루몽(紅樓夢)》은 중국에서 《삼국지연의》 이상으로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현재 중국 베이징TV에서 50부작 드라마로 제작 중인데 남자 주인공 가보옥(賈寶玉) 역에 4만5000명, 여자 주인공 임대옥(林黛玉) 역에 1만2000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홍루몽》은 중국 황실 황비의 친정 나들이를 위해 지은 대관원(大觀園)을 무대로 가(賈)·사(史)·왕(王)·설(薛)씨 등 네 가문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등장인물만 500명에 달하고 이야기의 씨줄과 날줄이 여러 갈래로 얽히며 퍼져나가 줄기를 잡기 어렵지만, 대체로 남녀 주인공인 가보옥과 임대옥, 가보옥과 결혼하지만 끝내 남편의 사랑을 얻지 못하는 여인 설보차를 둘러싼 비극적 사랑과 가씨 가문의 흥망성쇠가 이야기의 큰 축을 이룬다.

당대 최고 가문의 귀공자인 가보옥은 출세에 목을 매는 당시 사대부를 혐오하는 섬세하고 여성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그는 사촌누이인 임대옥과 결혼하고 싶어하지만 집안의 실권자인 할머니 사태군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가보옥이 결국 설보차와 혼인하는 날 임대옥은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 충격을 받은 가보옥은 과거시험장에서 홀연 사라지고, 설보차는 유복자를 낳아 혼자 살아간다.

애잔하고 섬세한 '러브 스토리' 속에는 음식·복식·건축·놀이·풍습·문학·역사 등 중국문화의 정수(精髓)가 오롯이 담겨 있다.

한국에서 《홍루몽》은 19세기 역관들이 처음 번역한 이래 여러 차례 번역·출간되었다. 이번 번역본은 30년 가까이 《홍루몽》을 연구한 전문 학자인 최용철(56) 고려대 교수와 고민희(53) 한림대 교수가 9년간 공동작업 끝에 완역했다. 최 교수는 "일본어 중역(重譯)이나 짜깁기 번역이 아니라 원전에 가장 충실한 완역본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