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로이스터 감독의 야구가 점점 변화하고 있다. 변화무쌍한 선발 라인업이 달라진 로이스터 감독을 대변한다.
지난해엔 1번부터 9번까지 거의 매 경기 같은 라인업을 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시즌 초엔 지난해와 비슷했다. 1번 김주찬에 3번 조성환 4번 이대호 등 지난해 타순을 거의 그대로 썼다. 그러나 타자들의 컨디션이 살아나지 않고 부진이 이어지자 이승화 김민성 박정준 등 백업 요원을 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대 선발이 왼손이어도 왼손타자를 3~4명씩 기용하는 것은 여전했다.
그래도 성적이 나아지지 않자 이번엔 플래툰시스템을 도입했다. 왼손 선발일 때는 가르시아를 제외하곤 모두 오른손 타자로 구성하는 것. 지난 6월 2일 SK전 때 김광현이 선발로 나오자 8명의 오른손 타자를 출격시켰다. 이후 로이스터 감독은 이 플래툰시스템을 공식화했다. 아무리 박정준과 이인구의 타격 컨디션이 좋아도 상대가 왼손 선발을 내세우면 거의 빠지고 전준우와 정보명이 출전했다. 이것은 효과를 봤고 롯데는 6월부터 고공행진을 하며 하위권에서 중위권까지 도약했다.
그런데 16일 부산 한화전서 새로운 라인업이 나왔다. 한화 선발이 오른손 투수인 에릭 연지였는데도 박정준과 이인구의 이름은 없고 전준우와 정보명이 라인업에 들어가 있었다. 왼손타자는 가르시아 뿐이었다. 취재진 뿐만 아니라 관계자들도 연지가 왼손투수가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파격적인 라인업이었다.
정보명이 7월 15타수 8안타로 5할이 넘는 타율(0.533)을 기록하고 있었고, 전준우도 전날(15일) 경기서 대수비로 나와 우중간 2루타를 날리는 등 타격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 반면 박정준은 최근 5경기서 8푼3리(12타수 1안타), 이인구는 5경기 타율 1할5푼4리(13타수 2안타)로 극도의 컨디션 난조를 보이고 있었다.
상대 투수를 떠나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기용하겠다는 뜻이었다. 7번타자로 나선 정보명은 이날 첫타석에서 선제 솔로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해 로이스터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이렇게 라인업을 자주 변경시키는 것은 지난해보다는 떨어지는 타격 때문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주전 선수들이 부상이 없고 컨디션이 괜찮았다면 올해도 같은 라인업을 구상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지난해처럼 타순을 고집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바꾼다는 것 자체가 로이스터 감독이 한국 야구에 많이 적응했음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