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한화전이 열린 16일 사직구장. 이날의 중심인물은 말할 것도 없이 롯데 송승준이었다. 프로최초로 4경기 연속 완봉승을 하느냐에 모든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롯데 선수들 모두 송승준의 기록을 의식하면서 굳이 얘기하지 않았다. 송승준 뿐 아니라 자신들에게도 부담이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경기전 로이스터 감독도 "송승준이 완봉을 의식하지 않으면 가능할 것이다"라면서도 "그의 기록 도전이 흥분된다"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우선 왼쪽 허벅지 통증으로 출전하지 못했던 포수 최기문이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됐다. 송승준과 함께 3경기 연속 완봉승을 합작했었기 때문에 로이스터 감독이 일부러 기용했다.

경기전 송승준의 모습은 예전과 별반 다를바 없었다. 라커룸에서 동료들과 농담을 하면서 경기를 준비한 송승준은 "오늘은 전략이 없습니다"라며 경기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다.

1회 1사 3루의 위기를 잘 넘기면서 징조가 좋아보였다. 2회도 안타 1개만 내주고 무실점 처리. 그러나 3회를 넘기지 못했다. 1사후 강동우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은 뒤 2번 김민재에게 다시 좌전안타를 내줬다. 롯데 좌익수 정보명이 홈으로 송구했으나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커버플레이를 위해 백네트쪽으로 가 있던 송승준은 오석환 주심의 세이프 선언에 "아웃"이라며 안타까운 탄성을 뱉었다.

이어 1점을 더 내준 송승준은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를 이어갔으나 7회에 무너졌다. 6회말 한화 선발 연지가 가르시아에게 빈볼성 투구를 했고 그게 벤치클리어링까지 이어지면서 화난 가르시아를 말렸던 송승준은 3-2로 앞선 7회초 선두 이범호에게 등뒤로 날아가는 빈볼성 공을 던졌다. 오석환 주심이 주의를 줬고, 로이스터 감독이 항의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그게 부담이 됐을까. 2구째 145㎞ 직구가 가운데로 몰렸고 이범호가 그것을 가운데 담장 밖으로 넘겼다. 이어 2사 1,2루의 위기를 맞았고 김민재에게 다시 우중간 안타를 맞아 3-4로 역전을 허용한뒤 이정훈에게 바통을 넘겼다.

송승준의 '위대한 도전'은 3경기 연속 완봉승과 32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끝났다. 선발투수 연속 이닝 무실점은 삼성 선동열 감독(86년ㆍ37이닝)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송승준은 경기 뒤 "평소와 똑같은 마음으로 기록을 의식 안하려고 했는데 1회 위기를 넘긴 뒤부터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세게 던지려고 한게 높게 제구됐다"며 "이범호에게 맞은 홈런은 바깥쪽 직구를 던졌는데 높아서 멀리 나갔다. 초구 등뒤로 날아간 것은 몸쪽을 던지려고 했는데 손에서 빠졌다. 신기록 놓쳐서 아쉽지만 속은 참 후련하다. 다시 도전하겠다"고 아쉬움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