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와 뮤지컬, 연극무대를 오가며 다재다능한 끼를 발산해온 만능엔터테이너 노현희. 그녀가 연기활동을 재개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6년이란 길지않은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지 6개월 만이다. 결혼과 이혼, 우울증과 좌절, 그리고 활동을 재개하기까지 그녀의 솔직담백한 속내를 들어봤다.

 ▶이혼 6개월 만에 연극 '장미전쟁' 공식 활동 재개

"제 본연의 밝고 환한 모습으로 팬들을 다시 만나고 싶어요. 더이상 남몰래 속끓이고 속상해 할 일도 없을 거구요."

노현희가 홀로서기에 나섰다. 최근 그녀는 극단 ESTC가 국립극장 하늘극장 무대에 올린 '장미전쟁: 헨리 4세 제2부'(6월2~7일)에 출연했다. 연극배우 이성용과 주연을 맡아 열연, 관객들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세익스피어 사극 '장미전쟁 8부작'중 세번째 작품이었는데요. 워낙 대작이라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이 작품을 시작으로 그동안 여러가지 이유로 뜸했던 TV활동도 본격화 하려고 해요."


그녀의 공식무대 활동은 지난해 12월 MBC 신동진 아나운서와 이혼에 합의한 이후 6개월만이다. 충격이 컸던 만큼 일체의 연기활동을 중단하고 학교와 집만을 오가며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지난해부터 인천전문대 연극영화과에 이어 올해는 서울예술종합대학 뮤지컬학과까지 동시에 겸임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불행했던 결혼생활 "다 털어내고 나니 홀가분하다"

이혼과 관련해 노현희는 "아픈 과거는 모두 가슴에 묻고 그냥 씩씩하게 살아가는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6년의 결혼생활이 알려진 것과 달리 평탄치 못했고, 누굴 탓할 필요는 없지만 불행한 만남이었던 게 사실"이라고 처음으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녀는 지난 2002년 5월 신동진 아나운서와 결혼했지만,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다. 주변에서 유쾌하지 않은 얘기들이 솔솔 풍겨나왔다. 그럴때마다 그녀가 앞장서 "우린 잘 살고 있고 행복하다"고 불화설을 잠재웠다.

"TV 예능프로그램 등에 출연해서 행복하다고 얘기한 건 연예인으로 살면서 어쩔수 없는 표정관리였어요. 좋은 관계를 복원해보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혼자 힘으론 불가능했습니다. 많이 괴롭고 힘들었다. 이제라도 다 털어내고 나니 너무나 홀가분해요."

긴 굴레를 벗어버린 듯 활발해진 모습을 보면 그녀에게 결혼은 연기생활의 독으로 작용했던 셈이다.

 ▶악성댓글 심적고통 '제2의 연기인생' 위한 밑거름

노현희는 이혼 직후 근거없는 악성댓글로 한동안 심적 고통을 겪었다.

"악성댓글이 견디기 힘든 건 사실과 정반대되는 고의성 때문이에요. 정말 잘못 알고 그러는건지 아니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런건지 그럴듯한 말로 가슴의 상처를 후벼파는 거죠. 일일이 찾아가서 설명해주고 싶을 정도로 속이 상했습니다. 모든걸 버리고 싶은 독한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네티즌들의 엉뚱한 공세속에도 그녀는 꾹꾹 눌러 잘 참았다. 어설픈 해명이 자칫 변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잠잠해졌다. 이혼과 함께 한때 깊은 좌절로 빠져들었던 우울함은 그녀 특유의 명랑 쾌활함으로 말끔히 씻어냈다.

"요즘엔 다시 시작하는 신인이 된 기분이에요. 제2의 연기 삶을 산다는 각오를 했죠." 그래서 요즘 새 소속사를 찾고 있다. 훨훨 날고 싶을 만큼 자유로워진 만큼 일에도 예전처럼 더 신나게 열정적으로 매달리고 싶다.

 ▶"호스피스 병동 자원봉사 보람" 소박한 선행실천

한층 밝아진 노현희는 "앞으로 더 많은 봉사활동을 하며 삶의 보람을 얻고 싶다"고도 말했다. 얼마전에는 경기 남양주 불암산 자락에 있는 호스피스 병원을 다녀왔다. 죽음의 공포를 잊고 편안히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일 만큼 경건하고 가치 있는 일은 없다는게 그녀의 평소 생각이다.

지난달 말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사랑정원예술회가 마련한 불우청소년돕기 자선공연 무대는 또 한번 그녀의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던 자리.

가수 김범수, 노라조, 대니정, 노현희와 뮤지컬 배우들, 6인조 여성타악그룹 드럼캣, KTF 청소년 합창단 등이 함께 참여했지만 이날 그녀의 열정적인 무대공연은 유독 빛이 났다. "새터민 청소년 등을 위한 작은 음악회였지만 어떤 큰 무대 보다 셀레고 긴장됐어요." 노현희는 출연료를 전액 기부금으로 내놓은 이 무대를 위해 일주일 이상 남몰래 구슬땀을 흘렸다.

농촌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에 출연하면서 시작한 연예인농촌돕기운동본부의 농산물직거래 무료봉사활동은 벌써 10년째다. 대가를 바라지 않은 그녀만의 소박한 선행실천. "저의 작은 정성이 씨앗이 돼 어려운 농민들에게 용기와 힘을 준다면 바랄게 없죠."

▶발레와 장구 드럼 등 배우며 쉴새없는 자기계발

  "한가지 일에만 몰두하는 우물안 개구리 되고 싶지 않아요." 자기관리가 철저한 것으로 소문난 노현희는 끊임없는 준비와 자기계발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대학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그녀는 요즘 발레에 빠져 있다. 또 장구와 드럼 등 평소 꼭 해보고 싶었던 동서양을 아우르는 악기의 퓨전에 심취하고 있다. "연기와는 별개의 취미활동이지만 다양한 악기를 다루다 보면 보다 창의적인 무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하죠."

두 군데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이론공부를 하는 것도 모자라 여전히 배움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을 마쳤고, 올해는 중국 칭화대학을 다닌다. 서울 강남의 무역센터에 있는 칭화대 한국캠퍼스.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시는 기업인들이 많아요. 저 역시 이 대학을 다니며 꼭 해보고 싶은 목표가 있거든요." 노현희는 자신이 주인공을 맡는 베이징 공연을 계획중이다. "그래서 요즘 열심히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죠." 현지 에이전시와 손잡고 뮤지컬 무대를 준비, 중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한국가요까지 부른다는 복안이다.

< 강일홍 기자 eel@sportschosun.com>

노현희는...

  한성대 무용과 출신의 노현희는 1992년 KBS 14기 탤런트로 데뷔한 뒤 농촌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다모' '회전목마' '장미의 전쟁' 등에 출연했다. 또 SBS '도전 1000곡'의 총결산편에서 쟁쟁한 가수들을 모두 제치고 당당히 '황제'로 등극해 화제를 모았다. 뮤지컬, 연극무대에서도 그녀의 다재다능한 끼는 소문이 났다. 한 마디로 장르 불문의 만능 엔터테이너다.  화려한 외모 보다는 편안하고 순수한 내적 아름다움을, 주연보다는 조연으로 더욱 빛을 발하는 연기자다. 연기경력 17년 차인 지금도 데뷔시절의 겸손함이 몸에 배어 있고, 쉴새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열성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