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녀의 원조는 단연 철녀(鐵女). 남자도 어렵다는 킹코스 철인에 도전하는 여성들이다. 킹코스? 바닷길 3.8㎞, 자전거 180.2㎞, 마라톤 42.195㎞를 하루종일 이어 달린다. 대회는 고약하게도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열린다. 가장 힘든 때, 가장 힘든 운동이 바로 철인이다.
유희란씨(51)는 손꼽히는 철녀. 특히 40대의 나이에 킹코스에 도전, 20~30대 젊은 여성들을 체지고 전체 우승도 차지했다. 지금도 겉보기론 30대 못잖다.
그런데 그 힘들고 힘들다는 킹코스 철인, 왜 도전했을까?
IMF때 사업 실패하고 홀로 두 딸의 뒷바라지에 눈물을 흘리던 어느날 유씨는 모진 결심을 했다.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다는 것, 정말이지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무턱대고 수영장부터 끊었다."
수영과 사이클을 처음 배운지 2년만에 유씨는 2001년 속초대회(총 51.5㎞의 올림픽코스)에 처음 나갔다. 3시간32분여의 호기록. 40대 여자부 3등. 제한시간 3시간30분을 못 채워 상장은 못받았지만 가슴이 북받쳤다.
"무서워 울며 헤엄쳤고, 얇은 바퀴 사이클이 겁나 두꺼운 산악자전거를 겨우 탔는데.... 그러나 운동은 역시 정직했다. 무서운 세상에서 노력, 정직, 결실 이런 단어들과 친숙하지 못했는데, 철인을 통해 세상을 다시 얻었다. 하면 된다는.... 세상에 어떤 일도 철인보다 힘든 것은 없기 때문이다."
2003년 부인병 수술하고, 2004년에는 경부고속도로에서 차가 뒤집혀 전치 12주 팔꿈치신경이 끊어지는 대형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이듬해 2005년 제주 킹코스 대회에 재도전, 진짜 철인이 됐다. 40대부로 출전해 여자 전체 1위. 12시간 7분 32초의 생애 최고 기록. 대회 역대 2위 기록이었다.
시련은 또 찾아왔다. 2007년 부인병이 재발했고, 건설불경기로 분양사업이 주저앉았다. 허리디스크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때 철인을 포기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철인 덕에 나는 다시 살아났다."
2008년 한 술 더 떠 일본 대회에 도전했다. 일본이 제 아무리 강해도 질 수 없다며 이를 악물었다. 이후 몇달간 제대로 씹지도 못했지만 50대부 우승을 차지했다.
유씨는 현재 분양대행사의 법인대표. 숱한 난관을 극복한 철녀답게 요즘은 사업도 풀리고, 철인을 인연으로 새 남편도 얻었다. 두 딸은 공무원과 여대생으로 잘 컸다.
주부이자 CEO로서 운동은 어떻게 했을까?
"수영과 사이클을 처음 배울 때, 새벽 4시에 일어났다. 도시락 싸주고, 집안 일 한 뒤 2시간씩 월수금 수영 3.8㎞, 화목토는 한강에서 사이클을 탔다. 주말은 유명산 인근에서 사이클 250㎞, 마라톤 60㎞쯤 이틀간 뛴다. 잠 부족? 남보다 못하는데 어찌 잠을 많이 자나."
유씨는 오는 7월 12일 제주에서 열리는 2009제주국제철인3종경기대회(www.koreatriathlonjeju.com)에 또 출사표를 던졌다. 12시간 돌파 예감. 이젠 안무섭다는 수영과 사이클에서 5분씩만 당기면 된다.
"요즘 유난히 어려운 독신녀나 미혼녀가 많다. 초보라도 매일 조금씩 하면, 언젠가 철인에 도전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자신감을 되찾고.... 사실 에너지 쏟아붓다보면 성욕이나 잡생각이 없어진다. 그래야 남자도 제대로 보이는게 아닐까?"
"요즘 유난히 어려운 독신녀나 미혼녀가 많다. 초보라도 매일 조금씩 하면, 언젠가 철인에 도전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자신감을 되찾고.... 사실 에너지 쏟아붓다보면 성욕이나 잡생각이 없어진다. 그래야 남자도 제대로 보이는게 아닐까?"
< 조경제 기자 eco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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