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아들' 버락 오바마(Obama) 미국 대통령이 10일 아버지의 나라가 있는 사하라 사막 이남(以南)의 아프리카 대륙을 취임 후 처음 방문했다.
그가 취임 후 첫 사하라 이남 국가로 방문한 나라는 가나였다. 그는 부인 미셸, 두 딸과 함께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도착해 22시간의 짧은 방문을 마치고 11일 귀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버지가 케냐인이어서 연방 상원의원 시절 케냐를 방문한 적은 있으나, 이번 아프리카 방문은 세계 최강국 대통령으로서 '금의환향(錦衣還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AP통신은 "오바마는 이번 해외 순방의 앞선 목적지였던 러시아·이탈리아 방문 때와는 달리, 매우 개인적인 순간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가나 국민의 환영 열기는 뜨거웠다. 11일 오전 존 아타밀스(Atta-Mills) 대통령과 조찬을 위해 영빈관으로 향하는 거리에는 수많은 시민이 몰려나와 오바마의 얼굴이 그려진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성조기를 흔들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아타밀스 대통령은 "모든 가나인이 당신을 보고 싶어한다"며 환영했다.
11일 가나 의회에서 가진 연설에서, 오바마는 '핏줄'과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내 안에는 아프리카의 피가 흐르고 있다"며 개인사를 강조했다. 또한 "서구 식민주의가 분쟁의 씨앗을 뿌려놓았으나, 짐바브웨 경제가 파괴되고 소년병을 전쟁에 동원한 것은 서방이 아니다"며 "아프리카의 미래는 아프리카인들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는 강한 지도자(strongmen)가 아니라 강한 제도(institution)가 필요하다"면서 민주주의 정착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오바마는 출국 전, 가족과 함께 가나 최대의 노예 무역시장이었던 케이프코스트 성(城)을 찾았다. 17세기에 세워진 이곳은 아프리카 흑인을 미국으로 실어가던 거점이었다. 오바마는 '돌아올 수 없는 문(Door of No Return)'이라고 불렸던 건물 입구에서 "아프리카의 후손인 내 어린 두 딸이, 한때 돌아오지 못할 문이었던 곳을 걸어 다닌 오늘을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그 바람(wind)은 인간이 발전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수도 아크라의 산후조리원을 방문한 오바마는 신생아를 안은 어머니들을 보고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오바마가 케냐가 아닌 가나를 첫 방문국으로 선택한 배경과 관련, 백악관 측은 "가나는 강한 정부가 민주주의를 번창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가나는 작년 12월 대선에서 야당 후보였던 밀스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두 번 연속 여야가 뒤바뀌는 평화적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그러나 가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오바마가 가나에 선탠이나 하러 온 것이 아니다"면서 "미국의 중동 원유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석유 공급지로서, 아프리카의 군사 교두보로서 가나를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1억5150만명) 국가인 나이지리아 해외관계위원회 위원장인 지브릴 마이누(Aminu)는 "선의(善意)는 멀리서 새총으로 쏜다고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며, "오바마가 (가나 방문을 통해)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함께 메시지를 보내려 한 것이라면 실패"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