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레이싱 모델 이수정은 "사람들의 시선을 즐길 줄 알아야 진정한 프로"라고 말한다. 케이블 채널 Xports의 레이싱모델 당구대회에 출전했을 때의 모습. <사진제공=Dcar모델>

'레이싱 모델' 하면 '노출'부터 떠올리게 된다. 큰 키, 조각 같은 다리, 도드라진 가슴선, 화사한 미소가 만드는 건강미…. 야하다는 이들도 있지만, 그녀들의 적절한 노출은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그녀들을 향한 카메라 플래시 세례, 연예인 못지않은 팬클럽 등에서 그 같은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케이블 채널 Xports에서는 레이싱모델 당구대회를 열어 시청자들에게 눈부신 몸매를 선사하기도 했다.

요즘 그 바닥에서 무섭게 떠오르는 신예가 있다. Dcar모델 소속의 이수정(22)이다. 이제 겨우 3년차. 그래도 숨 쉴 틈 없는 스케줄로 따지자면 김혜수 저리가라다. 레이싱 현장, 각종 모터쇼, 전시장 등 서야 할 무대가 끝이 없는 데다 TV 출연, 인터뷰 스케줄까지 꼬리를 문다. 얼마 전에는 인터넷과 지면용 USB 메모리칩 광고까지 찍었다. 물론 몸매 관리를 위한 운동과 피부관리는 기본. 그 와중에 자격증을 두 개나 땄다. 필라테스 강사와 병원 코디네이터 자격증이다. 남자친구가 없다는 말에 금세 수긍이 간다. 도대체 쉴 틈이 없어 보이는 행보다.

"당연히 남자친구가 있을 거라고들 생각하고 접근을 안 해요. 키가 커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쉽게 '벗는 직업'쯤으로 인식되는 레이싱 모델. 그래서 감수해야 할 것도 많고, 내심 다져야 할 각오도 남다르다.

이수정은 간단하게 요약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즐길 줄 알아야 해요. 즐기지 못하면 일 못해요." 창피하다고 생각하면 끝이란다. 옷에 신경 쓰다 보면 표정이 안 나오기 때문에.

그래서 사전에 속옷 점검을 철저히 한다. 라인 없는 걸 입는다든가, 비치지 않도록 색깔을 맞춘다든가. 그녀의 비상을 '부모 잘 만난 덕'이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물론 신체적인 조건이야 어느 정도 타고났지만, 무대 뒤 상황은 가히 눈물겨울 정도다.

우선 레이싱 현장에서 온종일 따가운 햇볕과 싸워야 한다. 양산을 펴들 수도, 그늘로 숨을 수도 없다. 노출 부위가 많으니 상하는 피부도 많을 수밖에. 몸매와 피부가 생명이기에 철저한 관리와 시간 투자가 불가피하다.

실내에서는 또 조명과 카메라 플래시 공격을 이겨내야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 있는 일도 고역이다. "체력 없으면 못 버텨요. 그래서 남들 두 배는 먹어요. 고기 2인분에 공기밥 추가는 기본이죠. 삼계탕과 보신탕까지 챙겨 먹는걸요. 몸매 관리는 그다음이에요." 그 속에서 직업병도 생긴다. 결코 편하지 않은 옷을 입고, 편하지 않은 자세로 서 있는 일이라 목이나 허리, 다리 등의 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언제 어디서 셔터를 누를지 모르는 상황이라 초긴장의 연속이다.

이수정은 오는 23일 방영될 KBS1 '생로병사의 비밀' 촬영 도중 목디스크가 발견됐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노출이 생명인 일이라지만 이쯤 되면 벗는 게 가장 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결코 '대충 짧은 옷 입고 서서 배시시 웃기만 하면 되는, 그까이꺼'가 아닌 것이다.

"짓궂은 분도 많아요. 이상한 사진만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그래서 잠시도 긴장을 못 풀어요. 특정 부위만 집중적으로 찍어대는 분도 있는데 그럴 때는 경호원에게 요청해 자제시키기도 하죠."

일이 그렇다 보니 평소엔 노출을 최소화한다. 가급적 민소매 셔츠를 입지 않고, 수영장에서도 비키니보다는 핫팬츠에 티셔츠 차림을 한다.

그래도 두드러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키 1m75, 몸무게 56㎏. 얼굴 예쁘고, 몸매 빼어난 데다 적당한 신발을 신어도 1m80이 넘어간다. 시선 받기에 아주 그만이다. 하지만, 이수정은 눈요깃거리가 아닌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진정한 모델이기를 갈망한다. 그래서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다고 엄살이다. "힘은 들어도 여자로 태어나 한번 해볼 만한 일인 것 같아요. 팬들에게 사랑받고 스포트라이트도 받을 수 있잖아요."

성격 좋고, 표정 밝아 팬들이 더 좋아하는 이수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