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은 빨랫줄처럼 날아가는 슈팅에 희열을 느낀다. 골문이 열리면 금상첨화지만 아니라 해도 슈팅 한 방에 모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FC서울과 인천의 피스컵코리아 2009 8강 1차전이 벌어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도 그랬다.

후반 29분이었다. 기성용은 상대 미드필드 진영 중앙 30여m 지점에서 볼을 받아 툭 치더니 지체없이 대포알 슈팅을 날렸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은 대포알처럼 골문을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인천 수문장 송유걸이 가까스로 쳐내 골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관중들은 경기장 대형 스크린에 찍힌 스피드에 다시 한번 놀랐다. 기성용의 슈팅 스피드는 무려 시속 131km이었다.

평균 축구 선수의 슈팅 스피드가 110km대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다. 더욱이 세계적인 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럼 세계 최고의 슈팅 스피드를 자랑하는 축구 선수들은 누구일까.

▶카를로스가 으뜸, 베컴과 호나우두도 최고 수준

파워 킥의 일인자는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뛰고 있는 호베르트 카를로스(브라질)다. 일명 'UFO' 슛으로 불리는 그의 왼발 프리킥은 한마디로 예술이다. UF0가 날아오르듯 수비벽을 피한 후 곧바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스피드는 160km를 상회한다. 세계 최고다.

프리킥의 마술사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도 빠지지 않는다. 맨유에서 뛸 당시 156km의 슈팅 스피드를 기록, 축구 종가를 놀라게 했다. 무회전 프리킥으로 세계 축구를 정복한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포르투갈)는 평균 135km의 스피드를 자랑한다. 무회전 프리킥은 최소 130km를 넘어야 나오는 기술이다. 특히 호나우두 슈팅의 정교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유로 2008 당시에는 미하엘 발락(독일)의 슈팅이 121km를 찍어 화제가 됐다.

▶국내파 중에서는 누가 최고일까

슈팅 스피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이다. 양쪽 골대에 슈팅 스피드를 측정할 수 있는 기계가 설치돼 있다.

따라서 전 경기장에서 나오는 슈팅과 비교할 순 없다. 다만 지금은 사라진 K-리그 올스타전 하프타임 행사인 '캐넌슛 경연대회'를 통해 국내파의 슈팅 스피드를 유추해 볼 순 있다. 그러나 경기 중 나오는 슈팅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성용의 131km 기록은 경기 중 나온 것이라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는 은퇴한 이기형이다. 이기형은 2002년 캐넌슛 경연대회에서 138km를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정조국(서울)이 시속 135km의 슈팅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편,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구기 종목은 배드민턴이다. 셔틀콕은 무려 시속 330㎞을 자랑한다. KTX(300㎞)의 속도가 무색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