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원조(援助)가 아프리카를 죽이고 있다."
아프리카 출신의 한 경제학자가 내놓은 이 '도발적인' 주장이 '검은 대륙'의 운명을 둘러싼 논쟁을 촉발시켰다. 잠비아 출신 학자인 담비사 모요(Moyo·40). 그가 지난 2월 발간한 저서 '죽은 원조(Dead Aid)'는 이후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녀는 지난 5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G8 국가들의 지켜지지 않은 원조를 앞장서 비판해 온 록스타 보노(Bono)의 대척점에 선 그녀에겐 '안티 보노'라는 별명도 붙었다.
모요의 주장은 "아프리카는 수십년간 그토록 많은 돈을 받고서도, 왜 더 가난해졌는가"라는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그녀는 "1970년대 아프리카 인구의 10% 미만이 극심한 빈곤 상태였으나 오늘날은 사하라 이남 인구의 70%가 하루 2달러 이하로 연명한다"며, "원조금은 부패한 정권을 유지하게 하고, 심지어 부패를 더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단기간 한정적인 지원이 아니라, 언제 끝날지 모르는 한없는 원조로 아프리카 정부가 자립할 재정을 확보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석사·옥스퍼드대 박사인 모요는 세계은행에서 2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8년간 글로벌 경제분석 담당으로 일하면서 아프리카의 경제 현실에 눈을 떴다. 모요는 "모든 교육, 의료제도, 기간산업이 서구인의 세금으로 지탱되는 아프리카에서 과연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녀는 원조를 서서히 줄여, 5년 내에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프리카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무역과 외국인 직접투자, 소액대출이 적절히 혼합된 형태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녀의 주장은 기존 아프리카 원조에 앞장서 온 이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렀다. 그를 강하게 비판하는 이 중 한 명은 하버드대 재학 시절 모요의 스승이었던 제프리 삭스(Sachs) 컬럼비아대 교수다. 2015년까지 원조액을 1950억달러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삭스 교수는 "모요의 아이디어는 수백만명의 죽음을 부를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 외교잡지 포린폴리시 인터넷판도 6일 "모요의 주장은 모순에 가득 차 있으며, 아프리카의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평했다. 시민단체에서는 그녀를 '대량학살 옹호자'라고까지 부른다. 모요는 이에 대해 "원조 사업으로 지탱해 온 기득권 집단의 반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