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망원동의 한 순댓국집. 낯익은 세 남자가 밥상머리에서 옥신각신 말다툼을 벌인다. 2000년대 초반 30% 안팎의 시청률로 큰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 '세친구' 주인공, 박상면(41), 윤다훈(45), 정웅인(38)이다. "네가 제정신이야? 이게 감방 갖다 오더니 뵈는 게 없나?" 박상면이 천둥 같은 소리를 지르더니 윤다훈의 멱살을 쥔다. 하지만 금세 돌아선 윤다훈의 '헤드록'이 거대한 덩치를 옴짝달싹 못하게 제압한다. PD가 '컷'을 외치자 "미안하다"며 동생을 껴안는 맏형. "얘가 요즘 허리를 다쳐서 조심해야 돼요. 너무 심하게 한 거 아닌가 걱정스럽네."

한때 최고의 웃음 콤비로 통하며 시름 쌓인 직장인들의 '월요병'을 책임졌던 이들이 8년 만에 다시 뭉쳤다. 18일부터 매주 토요일 밤 11시 방송될 tvN 다큐 드라마 '세남자'를 통해서다. 이 채널은 '세친구' PD였던 송창의 대표가 있는 곳. 촬영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친형제처럼 스스럼이 없었다.

"전 별로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안 한다고 하면 형들이 '저 녀석 또 바쁜 티 낸다'고 할까 봐. 약간 강제로 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죠. 하하. 그래도 형들로부터 부동산·주식 정보를 쏠쏠히 얻고 있어서 좋습니다."(정웅인)

시트콤 ‘세친구’로 맹활약했던 윤다훈·정웅인·박상면(왼쪽부터). 이들이 다시 케이블 TV 다큐드라마 ‘세남자’로 뭉쳤다.

윤다훈과 박상면은 "워낙 자주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다시 뭉쳐서 연기를 하니까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 뒤, 막내 동생을 조용히 흘겨봤다.

새 작품에서 윤다훈은 과거 캐릭터를 고스란히 가져간다. "여전히 '걸(girl)'들 쫓아다니고 두 번의 이혼을 거쳐 간통으로 감옥에도 다녀온 인물"이다. 그는 "사랑의 전과자"라고 했다.

정웅인은 고학력 백수. 배역 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진지해진 그는 "강부자씨가 어머니로 나오는데 효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아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보여 드릴 것"이며 "우리나라에 수많은 실업자·백수들의 공감을 얻고 싶다"고 했다.

박상면은 운 좋게 부잣집 딸과 결혼해 골프웨어숍을 운영하고 있지만 무능력한 남자로 등장한다. "다른 드라마를 안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다"며 웃는다. 옆에 있던 정웅인이 끼어든다. "그래서 상면이 형 대본에는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묻어나요. 2가지 색 형광펜으로 번갈아 줄을 그어가며 꼼꼼하게 외우셨더라고요."

'세친구' 시절과 달라진 점을 묻자 이들은 "겸손해졌다"고 했다. 윤다훈은 "옛날에는 더운 날 자꾸 '엔지(NG)'가 나면 신경질도 많이 냈는데 요즘은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며 "이렇게 마음 맞는 친구들과 카메라 앞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했다. 정웅인은 "이제 가정이 생겼기 때문에 더 절실하게 연기할 수밖에 없다"며 "밤늦게 들어가 아이가 자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제가 가진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