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얼마전에 2집을 낸 오지은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DIY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가구 만드냐고요? 땡. 벽지 칠하냐고요? 땡. 아휴 제목에 써있잖아요. 앨범을 DIY하는 이야기랍니다. 아하 졸업 앨범 꾸미냐고요? 아유 땡땡땡! 음악이 들어있는 앨범! 재생하면 노래 나오는 앨범! 씨디말입니다!

아니 그걸 어떻게 만들어. 노래방 마이크로 녹음해서 컴퓨터에서 굽니? 아니요 아니요. 음반 가게에서 파는 그런 진짜 앨범을 DO IT YOURSELF로 만들어보자는 얘기예요. 물론 뭐...중간중간에 다른 사람 손도 좀 빌리면서 후후후. 그런데 그 얘기를 왜 제가 하냐고요? 그건 바로...제가 자가제작 시스템의 베테랑이니까요! 하하!

저는 첫 앨범을 직접 제작했어요. 벌써 3년 전 얘기네요. 이유는 사실 별거 없고 그냥 당시에 회사에 들어가기 싫어서. 왠지 그런 공포 있잖아요? 회사에 가면 마음대로 음악 못 할 것 같고. 그리고 또 요즘 시대가 좋아져서 앨범 제작비가 옛날에 비하면 엄청나게 적어졌거든요. 좀 노력하면 가능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판을 벌렸답니다.

물론 엄청나게 고생이어서 도중에 후회한 적이야 뭐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았죠.  그래서 얼마 전에 낸 2집은 회사에 들어가서 만들었지만요. 흐흐. 하지만 직접 제작을 해서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들 또한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았어요. 자 무엇 무엇이 있었는지 한번 얘기를 풀어볼게요.

자, 일단 곡을 써야겠죠. 음악 꿈나무라면 써놓은 곡은 많을 거예요. 그래서 이게 진짜 내가 앨범에 넣어도 될 노래인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합니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죽이는 거 같아...그럼 넣어요! (물론 중간중간에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에게 들려주길 권합니다. 표정의 미묘한 변화에 주목하시고) 자뻑은 금지예요. 하지만 자학도 금지니까 줄타기를 잘 해봅시다.

곡이 모였어요. 그럼 곡 사이의 균형을 잘 생각해서 편곡을 하고 편곡이 끝나면 녹음을 합시다. 기술이 좋다면 방에서 이런저런 기자재를 이용해서 녹음할 수도 있어요. 아니면 기술이 있는 친구 방으로 가도 되고요. (쇼부는 알아서 칩시다)

그런데 저는 기술도 없고, 소리 지르는 노래들이 종종 있어서 녹음실을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하는 곳이라 말도 안되게 싼 가격으로 했지요. (고마워. 평생 안 잊을게.) 물론 녹음실에서는 시간이 돈이니까 연습은 확실하게 해 가야겠죠.

또 중간에 편곡을 바꾼다던가 그런 건 좋지 않아요. 왜냐 다시 녹음해야 되니까 = 돈이 더 드니까. 뭐 돈이 많으시다면 쉽게 쉽게 하시고...그래도 신중하게 몇 번이고 생각해서 이거다! 하는 계획을 세워 그대로 진행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죠? 녹음 자체도 상당한 스트레스니까요. 기간을 줄일 수록 좋죠.

녹음이 다 끝나면 보컬, 기타, 드럼, 베이스, 건반 등등 우와 엄청난 수의 트랙이 생겼겠네요. 그럼 믹싱을 해야죠. 재주 좋은 분들은 믹싱까지 집에 있는 컴퓨터로 하시는데 오우~ 결과물도 좋더라고요.

물론 저는 재주가 없어서 믹싱할 스튜디오를 열심히 찾았었지요. 여기서 저는 어떤 천사 분의 은혜를 입게 되는데...이건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여기선 생략할게요.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을!

믹싱은 비싼 스튜디오에서 해도 별로 안 좋게 나올 수도 있고, 집에서 했는데도 와 좋다 싶을 정도로 잘 나올 수도 있어요. 자신이 기술을 익히든, 잘 맞는 엔지니어를 찾든 그 방법은 여러 개죠. 가장 지금의 상황과 본인의 음악 스타일에 맞는 선택을 합시다.

그 다음은 마스터링입니다. 요즘 어떤 밴드들은 마스터링 과정을 생략하기도 해요. 그게 더 생동감 있는 음이 들어간다면서. 그 말에 동의하는 분도 있을 거고 말도 안 된다고 하는 분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음악에 무슨 점수와 합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생각하는 옳은 길로 가는 게 맞는 길이 아닐까요? 이 또한 지금의 상황과 음악 스타일에 맞게 결정합니다.

그 다음은 앨범 디자인과 프레싱. 어떻게 해야 자기의 음악에 잘 어울리게 씨디를 디자인할지 데굴데굴 구르며 고민합니다. 재주꾼이면 직접 합니다.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면 비장의 사진을 쓸 수도 있죠. 어떤 밴드는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찍었던 사진을 재킷으로 썼지요.

재주가 없는 사람은 주변의 재주 있는 사람에게 넌지시 부탁해봅니다. 좋은 떡밥을 준비해두구요. 그렇게 디자인까지 마쳤으면 자 이제 씨디를 찍는 업체에 연락을 해야죠. 요즘은 업체가 많아요. 몇 군데 견적을 내보며 간을 봅니다. 아 그리고 뽀대 나는 레이블 이름 하나 정해서 씨디 뒤에 로고 넣는 거 잊지 말아요.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