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김'의 컬러는 온통 화이트다. 다름아닌 글로벌 패션 브랜드 앙드레(andre)의 색깔이다.

앙드레 김(본명 김봉남 ㆍ 73).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으뜸 스타'란 호칭만으론 왠지 허전하고 부족하다. 40여년간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국내외에서 젊은 한류스타 보다 인기가 높다. 말그대로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로 추앙을 받고 있다.

그는 1962년 서울 소공동에 '살롱 앙드레'를 열면서 남성 디자이너에 대한 편견을 깨고 개성있는 디자인과 노력으로 의상 디자인계를 개척했다. 그리고 4년후인 1966년 파리에서 한국인 최초로 패션쇼를 열어 본격적인 앙드레 김 시대를 열었다. 주말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식지 않는 창작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그를, 지난 주말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앙드레 김 아뜨리에'에서 만났다.
앙드레 김이 자신의 아뜨리에 사무실에서 '2009년 여름'을 소재로 한 즉석 의상 스케치를 해보이고 있다. <홍찬일 기자 hongil@sportschusun.com>

앙드레 김의 상징색은 화이트다. 흰색을 고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화이트는 투명하고 맑습니다. 어둡고 우울한 것을 정화시켜주는 색깔이죠. 전 어린시절 흰 눈을 유독 좋아했습니다. 눈덮인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깨끗한 세상을 꿈꿨습니다."

그래서 그의 주변은 모두 흰색이다. 의상도, 사무실도, 하다못해 타고 다니는 벤 승용차도 화이트다. 과거 한때는 갈색이나 검은색 정장을 입은 적도 있다. "아마 1974년대 중반부터일거예요. 아예 저만의 색깔을 만들기로 작정했지요.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사람들은 이제 흰색이 아닌 다른 색깔은 저와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같아요."

최고의 스타에게는 최고의 의상이 필요하다? 그는 자존심 강한(?) 특급스타를 움직이는 스타중의 스타다. 심은하 김희선 최지우 송혜교 이병헌 송승헌 원빈 소지섭 등 한류스타가 그의 기품있는 의상을 입고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최은희 김지미 문희 윤정희 등 왕년의 스타들도 예외없이 그의 옷을 입었다. 당대 최고의 인기스타로 회자되는 이들은 앙드레 김의 화려하고 우아한 옷을 입고 더욱 반짝였다.

세계적인 연예스타가 앙드레 김의 옷에 반했다는 뉴스는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마이클 잭슨이 자주 그의 옷을 입었고, 나스타샤 킨스키나 브룩 실즈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그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앙드레 김이 세계적 명성을 이끌어가는데는 한국에 주재하는 주요국 대사 부인들도 한몫을 한다. 이들은 연간 10여차례 진행되는 '앙드레 김 팬션쇼'의 단골초청 대상이면서 때론 롤 모델을 자청할 만큼 적극적이다.

"한국에는 89개국 외교관이 상주합니다. 대개 3~4년 가량 머물면서 한국적인 문화나 예술적 가치에 대단히 관심을 갖지요. 세계 각국을 돌며 그 나라 최상의 예술세계를 접하기 때문에 문화척도 역시 최고라고 할 수 있죠. 이 분들과의 교류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가 보내는 특별초청장은 그래서 대사부부들이 늘 1순위다.

완벽한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그는 "의상을 통한 한국적 문화 예술세계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전달하는 언어 조차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꼭 유창할 필요는 없지만 공식 석상에서 존중받고 호감있는 소통을 위해서는 정확하고 지성적인 영어를 구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앙드레 김이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 발리패션쇼에서 메인모델로 나선 한채영 박시후와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앙드레 김 아뜨리에>

패션디자이너로 살아온 그의 47년 의상디자인 철학은 무엇일까? 앙드레 김은 '생활속의 패션'을 통해 한국적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한국 디자이너로 태어난 걸 늘 기쁘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유럽쪽 디자이너들이 지니지 못한 동양적 신비로움의 토양이 바로 우리 문화유산과의 접목에서 탄생하니까요." 그는 66년 첫 파리 패션쇼에서 가장 한국적인 작품세계를 펼치며 세계의 패션디자이너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국내외를 망라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패션쇼로 자신만의 패션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유니세프 등 자선기금을 마련하는 문화행사는 그의 또다른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 스스로 기억하는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어떤게 있을까.

"96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피라밋 & 스핑크스'란 주제로 패션쇼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병헌이 메인모델로 무대에 올랐구요. 5000년 이집트 왕실문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표출했는데 대단히 반응이 좋았죠."

3년전 캄보디아 왕국 앙코르와트 패션쇼에서는 김희선 김재원이, 5년전 호주 시드니 패션쇼는 한류스타 배용준 최지우가 무대를 장식했다. 특히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진 앙드레 김 패션소는 '겨울연가' 직후 휘몰아친 한류열풍을 전세계로 확산시키는데도 톡톡히 한몫을 했다.

모든 패션쇼는 그가 직접 기획을 하고 콘티를 짠다. 총 리허설 때는 직접 모델들의 표정을 지도하고 감성적인 연기까지도 시연해보인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오페라나 뮤지컬 처럼 패션쇼도 완벽한 연출을 요구하는 한 차원 높은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궁금중의 하나는 왜 끝내 독신을 고수하게 됐을까다. 조심스런 질문에 그의 답변은 의외로 명쾌했다. "외국에서는 사적인 일에 전혀 무게를 두지 않습니다. 그가 이루고 있는 일과 업적에 더 초점을 맞추니까요."

그러면서 그는 조르주 아르마니나 입생 로랑, 크리스천 디오르, 지방시 같은 유명 디자이너들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한 한국적 문화 차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일종의 편견인 셈이죠." 그에겐 지난 82년 입양한 아들이 있다. 몇년전 그 아들이 결혼해 이란성 쌍둥이를 본 뒤 정식 할아버지가 됐다.

'앙드레 김'은 이제 토털 패션 브랜드로도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골프웨어와 안경, 자전거, 도자기 등 무려 11가지 브랜드가 런칭돼 인기를 누린다.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는 품격있는 이들 캐릭터 및 브랜드는 산업계 전반은 물론 국가경쟁력에도 긍정적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는건 행운이죠. 항상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입니다." 패션을 종합예술로 승화한 그의 열정과 노력의 결정체인 셈이다.

< 강일홍 기자 eel@sportschusun.com>










< 앙드레 김 프로필>
 
▶직업=패션 디자이너 ▶본명=김봉남 ▶출생=1935년 8월 24일 ▶학력=한영고등학교 ▶데뷔=1962년 ▶주요경력=미스유니버스 대회의 주디자이너(80년) 서울올림픽 한국대표팀 선수복 디자인(88년) 제주특별자치도 홍보대사(2008년) ▶수상= 코리아 패션&디자인 어워드 올해의 디자이너, 보관문화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