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크로스(Lacrosse)는 농구·축구·하키·아이스하키의 매력만 섞어놓은 스포츠예요.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어요."

라크로스 한국 여자 국가대표팀의 김주연 헤드코치는 전화통화에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팀은 26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라크로스연맹(FIL) 여자 월드컵에 출전 중이었다. 말이 대표팀이지 아직은 동호인 모임 수준이다. 대회성적은 16개 국가 중 16위(7전7패). 하지만 헤드코치와 17명의 선수들은 공중에서 공을 주고받고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라크로스의 매력에 푹 빠져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한국팀의 경기를 본 외국 전문가들은 "월드컵에 첫 출전한 팀치고는 승부근성이 돋보였다. 2~3년 안에 '톱 5' 안에 들 수 있을 것"이라고 '립 서비스'를 했다고 한다.

라크로스는 겉으로는 잠자리채를 들고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연약한 운동처럼 보인다. 하지만 서로의 스틱을 때려 망 속의 공을 빼앗고, 아이스하키의 ‘보디체크(body check·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몸으로 막아내는 것)’와 비슷한 몸싸움도 잦은 격렬한 스포츠다.

라크로스는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미국·캐나다·호주 등에서 적잖은 인기를 끌고있다. 여자는 한 팀 12명(남자 10명)이 지름 30㎝가량의 잠자리채 비슷한 스틱으로 야구공만한 고무공을 낚아채고 던지며 골(골대 가로·세로 약 1.8m)에 넣는 경기다. 경기장 크기는 가로 100m 세로 55m, 스틱 길이는 0.8m(공격수용)~1.5m(수비수용)다.

대회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대부분은 중·고등학생인 십대 소녀들이다. 이들은 마땅한 훈련 장소가 없어 경희대 필드하키장을 어렵사리 빌리고, 한강시민공원 공터에서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스틱을 놓지 않았다. 김주연 헤드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 3명도 모두 직장을 다니면서 짬짬이 선수들을 돌보고 있다. 김지현 코치는 "라크로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도와가며 월드컵에 나섰다"며 "지금부터가 한국 라크로스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는 1997년 처음 라크로스가 도입돼 협회가 설립됐고, 2009년 현재 약 150여명이 선수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