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림잡아도 100마리가 넘는 번데기들이 이글이글 익어가고 있고, 특유의 주름과 무늬가 눈에 잡힐 듯 선명하다. 지난 5일 발행된 타블로이드판 주한 미군 주간 소식지 '모닝 캄(Morning Calm)'의 3면에 실린 대형 사진이다.
사진에는 "당신이 번데기(bundaegi)를 맛보지 않았다면, 한국 생활을 완전히 한 게 아니다. 번데기는 서울에서 인기 만점의 길거리 음식 중 하나로 한 컵에 1000원이다. 이게 무엇일까? 구운 누에 애벌레다"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주한 미군 소식과 다양한 한국 생활 정보 등이 실리는 '모닝 캄'은 용산·동두천·평택·대구 등의 미군 부대에 배포된다. 이 때문에 이 사진이 자칫 한국 음식문화에 대한 편견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영희 서울시 관광진흥담당관은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알리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떡볶이나 붕어빵·호떡처럼 외국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길거리 음식들을 놔두고 왜 번데기를 택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방우달 서울시 위생과장도 "우리야 예전부터 먹어왔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길거리 음식으로 외국에 알려지는 건 약간 꺼림칙하다"고 말했다.
'모닝 캄'측은 "한국의 음식 문화를 별나게 묘사하거나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주한 미군 안창신 민사관은 "해당 사진은 미군 군무원인 모닝 캄 편집자가 작년 말 과천 서울대공원 지하철역 입구에서 촬영한 것"이라며 "번데기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주한 미군과 군무원들의 질문이 쇄도해 설명해주자는 차원에서 소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