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 나 만큼 말 잘듣고 예쁜 마누라 가진 밤 도둑놈 나와 보라 그래."
'밤안개' '걸레' 등의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7080 개그맨 이경래(48). 그는 89년부터 90년초까지 방송됐던 KBS 2TV '쇼비디오자키'의 인기코너 '달빛소나타'에서 이경애와 함께 도둑 부부로 출연했다.
"밤마다 담벼락 위를 넘다들다 날이 샜지요. 어디든 못가는데가 없지만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어요. 진짜 성공하면 나쁜 일을 조장하는 꼴이니까요." 하지만 "경찰집을 털어야겠다" "국회의원 집을 털겠다"는 등의 대사를 통해 세태를 간접적이나마 풍자하기도 했다. "도둑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뒤집어 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한 셈이죠."
이경래는 81년 MBC 콘테스트 1기로 방송과 처음 인연을 맺은 뒤 이듬해 KBS 개그공채 1기로 다시 도전해 재입문했다. MBC는 최양락 김정렬 이상운 김보화 엄용수 등이 동기고, KBS는 심형래 이선민 등이 동기다. 양대 방송사 개그맨공채시험에 모두 합격한 재간둥이다.
그는 자신의 히트코너 '달빛소나타' 외에도 '유머1번지-동작그만'에서 지저분한 걸레 사병으로 출연했고 개그우먼 김지선이 히트시킨 '남남북녀'에서도 활약했다.
방송활동을 중단하지 10년을 훨씬 넘긴 그는 요즘 뭘하고 있을까?
그는 처음엔 간간이 방송쪽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가물에 콩나듯 어쩌다 한번씩 출연하는 방송출연료로는 생활을 할 수 없는 수준.
"수입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러다 폐인이 될 것같은 위기감이 들더군요. 처음 친구와 손댄 의료 벤처사업을 시작으로 나이트클럽(제주)과 호프집(명동) 등 지난 10년간 안해본 일이 없습니다. 돈은 벌지 못했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름대로 경험을 쌓은 셈이지요." 식당사업은 재작년 오리구이집을 냈다가 조류독감 확산으로 쫄딱 망한 뒤 업종을 바꾼 것이 계기가 됐다. "이제는 좀 먹고 살만 합니다. 방송 미련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요샌 사업하기도 바쁘죠." 그는 내년쯤 자신이 직접 특허를 낸 화덕구이 방식의 고깃집 '달빛소나타' 프랜차이점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