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미·시니어 통' 발행인

지인 중에 60대의 멋쟁이 교수님이 계신다. 사진 촬영을 즐기는 등 활동적인 분이시라 늘 캐주얼한 복장을 멋스럽게 입으신다. 어느 날 모임에서 만난 그분은 편안한 청바지 차림에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멋지다'는 나의 찬사에 그분은 의외의 말씀을 하셨다. 사모님께서 '당신 나이가 몇인데 점잖지 못하게 청바지를 입느냐'며 못마땅해 하신다는 것이다. 변화를 가져보기 위해 기른 수염에 대해서도 지인들의 반응은 둘로 나뉜단다.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은 '나이 들어 보인다'며 깎을 것을 종용하고, 학생들은 한결같이 '멋지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의 칭찬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것이, 수염을 기르기 전엔 그냥 '교수님'이라 칭하던 학생들이, 수염을 기르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멋쟁이 할아버지 교수님'이라고 칭하더라는 것이다. 멋진 건 좋은데, '할아버지'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수염 기르기를 포기할 생각이란다.

'나이 듦'을 인정하기 싫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할아버지라는 소리가 싫어 '할아빠'라 부르게 했다는 60대 남성도 있고, 노인이라는 호칭을 '큰어른'으로 바꾸자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젊어서 죽는 비운의 주인공이 아니라면 우리는 모두 노년이라는 '행운'을 만나게 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도 했다. 노년은 여생이 아니라 내 인생의 또 한번의 전성기일 수 있다. 멋진, 활기찬, 개성 있는, 책 읽는, 게임을 하는, 밴드를 구성하는 시니어들이 다양하게 활동하는 세상이다. 뒷방 노인의 시대는 갔다. 멋지고 당당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