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학과 이름을 이야기할 때 '고고미술사학과'라고 하면 "아, 옛날 고미술(혹은 옛날 미술)을 공부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역사학과인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정확히 고고미술사학과는 고고학(Archaeology)과 미술사(Art History)의 합성어다. 국내 대학에서 고고학이나 미술사가 별개 학과로 존재하는 경우가 10개 대학 내외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는 학과가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들이 바로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는 인문대학에 속해있다. 1학년 동안 기초 교양과목과 전공 탐색과목을 수강한 후 학과를 정해 진입한다. 전공은 고고학과 미술사학, 두 분야에 걸쳐 기초적인 학문과정과 방법론 등을 학습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짜여져 있다. 또 고고학의 방법론과 연결되는 지리학이나 인류학, 역사학과 자연과학, 또 미술사와 연결되는 미학과 건축학 등도 전공 선택 인정 교과목으로 지정돼 있어 다양한 학문의 기초지식을 쌓을 수 있다.
이런 학교 수업 외에도 학교 박물관이나 발굴 현장을 나갈 수 있다. 필자 역시 서울대 박물관에서 봉사 장학생으로 일하고 있고 수업 없는 날은 발굴 현장에도 나간다. 발굴 현장에 나가 실제적인 업무를 배울 수 있다. 토기편이나 철기가 발굴되는 모습에 흥분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힘든 일이라 필자는 초반에 엄청난 근육통에 시달리기도 했다.
우리 과에서는 매 학기마다 답사를 간다. 2박3일 동안 고고학과 미술사학에 있어서 꼭 봐야 할 유적들을 답사한다. 이 행사는 한국의 유적들을 실제로 보는 것 외에도 학생들을 단합시키는 데 의의가 있다. 답사를 진행하는 준비팀은 답사 일정부터 숙소, 식사, 답사자료집 등 답사에 대한 모든 것을 총괄하게 되는데 그런 만큼 준비해야 할 것도 많기 때문이다. 사전 답사도 2~3차례에 걸쳐 가게 되고 이전에 충분한 회의를 거친다.
교과 수업과 실제로 배우는 것들은 고고학과 미술사에 대한 로망(?)을 처참히 무너뜨린다. 미술사 담당 교수님은 "그림을 감상하는 것과 미술사적인 시각에서 분석, 연구하는 것은 다르다"고 일침을 가하시며, 학문으로써 미술사가 무엇인지 혹독하게 가르쳐 주셨다. 또 고고학 교수님께서는 이집트의 미라와 신라의 금관 등에 로망을 품은 우리들에게 "박물관으로 가 흩어진 토기편들을 맞춰보고 발굴장에서 흙먼지와 뒹굴며 새우잠을 자고도 고고학을 배울 마음이 남아있다면 다시 오라"고 등 떠밀기도 하셨다. 필자 역시 토기편을 맞추며 수없이 좌절했기에 이 말이 절실히 가슴에 와 닿았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고고학이나 미술사에 막연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건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실제적인 학문은 다르다. 우리는 지금 그 과정을 통해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세를 갖춰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