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작년 12월 '4대강 살리기'로 방향을 튼 지 6개월이 지났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의혹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대운하와는 관계없다"는 정부의 계속된 공언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은 결국 대운하의 전초 사업"이라는 관측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운하의 '망령'이 계속 따라붙는 건 정부가 자초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4대강 사업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조차 "그간 '비밀주의'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며 국민과 의사소통 노력을 소홀히 한 데다, 보 개수 등에 대한 은폐 의혹까지 사면서 4대강 사업은 공신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고 시인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배포된 정부 보도자료를 봐도 정부가 자승자박(自繩自縛)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잘 드러나 있다. ①4대강 살리기 사업 착수 발표(작년 12월)와 ②마스터플랜 중간 발표(2009년 4월), ③마스터플랜 확정 발표(2009년 6월)를 하면서 단계적으로 '말 바꾸기'를 했기 때문에 정부 스스로 대운하 의혹을 키워온 것이다.

이런 사실은 대운하 논란과 직접 결부되는 '보(洑·댐)'와 '준설' 문제에 대한 정부의 달라진 언급에서 두드러진다.

국무총리실은 작년 12월 25일 '4대강 살리기 사업 첫 삽' 보도자료를 통해 ▲보의 수와 높이 ▲준설 후 수심(水深) ▲준설 대상 등 조건을 열거하면서 "4대강 살리기는 대운하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선 '2500t급 선박'이 다닐 수 있는 대운하가 되려면 "높이가 5~10m 되는 대형 보를 세워야 가능하지만 4대강 사업에선 1~2m 높이의 소형 보가 설치된다"고 했다. 4대강 사업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도 당시 홈페이지에 게시한 '4대강 살리기 Q&A'를 통해 "4대강 보는 강물이 넘나드는 '소형'이므로 대운하 의혹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이 말은 지난 8일 확정된 마스터플랜 발표에서 완전히 달라졌다. 6개월 전 '1~2m 소형'이라던 4대강 보가 '5~10m의 중소형'으로 둔갑했고, 대운하 보가 '5~10m의 대형'이라면 된다던 6개월 전 입장은 '20m이상 대형 보'로 바뀌었다. 소형·대형 같은 보의 규모 기준까지 맘대로 바꾸면서 "4대강 보는 운하용이 아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런 '모순'은 지금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낙동강에 9~13m 대형 보를 세우기로 발표했으면서도 "운하용 보가 되려면 댐에 버금가는 10m안팎으로 건설돼야 하지만, 4대강 살리기 보는 소형 월류보(越流洑)로 설치된다"는 글이 국토부의 4대강 살리기 홍보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이병석 위원장)가 지난 19일 4대강 중 처음으로 사업에 착수한 낙동강 안동2지구 생태하천사업 현장을 방문, 둘러보고 있다.

애초 "4대강에 설치되는 보는 4개"라던 방침도 지난 8일엔 16개로, 최근엔 다시 20개로 늘려 비난을 자초했다. 국토부가 지난달 작성한 '낙동강 하천기본계획 사전환경성 검토서'를 보면 준설 지점과 수심도 내용이 확 바뀌었다.

작년 12월 "기존 수심을 활용하되 필요한 구간만 2m로 유지할 것"이라던 수심은 이보다 2~5배 늘어난 4~11m로 깊어졌고, "강의 측면과 주변을 준설할 것"이라던 약속도 강 중심을 따라 300~500m 폭으로 파는 것으로 변경된 것이다. 정부가 그간 "물길 폭이 100~200m면 2500t급 선박이 다닐 수 있다"고 말해온 점에 비추면, 대운하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소한의 의사소통조차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국토부 소속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23일 '보 관련 참고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의 핵심 이슈인 보를 낙동강에 10개 세우기로 했으면서도 이 중 2개를 숨겼다는 본지 보도와 관련해 "다른 8개 보는 '물 확보용', 2개는 '물놀이용'으로 목적이 달라 발표하지 않았지 숨긴 것은 아니다. 물놀이용 보는 지금도 한강에 3개 설치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강 어디에 물놀이용 보가 있습니까?(기자)

"나는 몰라요. 바쁜데, 이런 전화는 하지 마세요."(담당 공무원)

―보도자료를 낸 분 아닙니까?

"맞는데, 나는 모르니까 (국토부) 하천계획과로 알아보세요."

그러나 하천계획과 담당자는 "보도자료를 낸 쪽에서 알지…. 왜 우리 쪽에 물어보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