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파충류, 영장류 등 거의 모든 종(種)의 동물들이 동성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손을 낳을 수 없어, '진화론'의 관점에서 봤을 때에는 이미 오래전에 도태됐어야 하는 동성애가 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19일자)가 리버사이드 소재 캘리포니아대의 네이선 베일리(Bailey) 교수와 말린 주크(Zuk) 교수팀이 수십년간 동물 간 '동성(同性) 교배'를 연구해 낸 최근 논문을 인용해 소개한 '동성애를 하는 이유'는 이렇다.
우선 '라커룸의 남자애들(boys-in-the-locker-room)' 이론. 남자애들이 라커룸에서 동성애를 둘러싼 각종 농담과 행위들을 하면서 서로 유대감을 높여가는 현상에 빗댄 설명이다. 수컷 청백돌고래는 무리의 유대를 강화하려고 동성애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먹을 것을 앞에 둔 보노보 침팬지들은 암수에 관계없이 '교배'한 뒤 나눠 먹는데, 이 역시 무리의 긴장감을 낮추고 화해를 쉽게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수컷들이 암컷에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 수컷이 스스로 암컷을 자처해 동성애를 받아들인다는 이론도 있다. 실제로 수컷 똥파리들은 제한된 수의 암컷을 놓고 경쟁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컷의 동성애가 이뤄지며 동성애를 주도한 수컷이 암컷을 차지한다.
상대의 성(性)을 헷갈린 경우도 있다. 수컷 두꺼비는 성을 구분하는 유전자가 결여돼 있어 동성애를 한다. 멕시코에 주로 서식하는 수컷 구디드 물고기 중에는 임신한 암컷에게 생기는 검은 반점을 가진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다른 수컷이 이 '반점 수컷'을 암컷으로 착각해 동성애를 한다.
비교적 어린 동물들은 '훈련' 삼아 동성애를 하기도 한다. 후에 있을 이성애의 준비 단계다. 수컷 초파리 등이 이런 행동을 보인다.
그러나 동물 세계에서 벌어지는 동성애는 단순한 우연이거나, 암컷을 임신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유전적 방법일 수 있다. 따라서 인간 여성과 남성 중 일부가 보이는 동성애는 이런 '진화적' 관점의 이론으로도 아직 의문으로 남아 있다고 타임은 보도했다.
입력 2009.06.2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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