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부업체가 채무자의 마지막 보루인 '전세금'을 소송을 통해 가져가는 '얌체 추심법'을 쓰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연이율 36%로 돈을 빌려주는 이 대부업체의 영업과 채권 추심법 자체는 '합법'이지만, 당장 채무자들은 전셋집에서 쫓겨나 길거리로 나 앉을 처지에 놓이게 됐다.
경기도에 사는 김모(34)씨는 지난 2007년 8월 서울 강남구의 대부업체인 A캐피탈에서 1억원을 빌렸다. 2년간 최초 3개월은 연이율 36%, 이후부터는 48%로 변경하는 조건이었다. 현행법상 이자율은 연 49%까지 허용되고 있다. 김씨는 이자가 4회 이상 밀리는 등 약정을 어길 경우, 전세금 2억원으로 원금과 이자를 갚겠다는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김씨는 이자를 계속 연체했고, A캐피탈은 법원에 김씨에게 전셋집을 넘기라는 소송을 냈다. A캐피탈이 소송에서 이기면 김씨는 쫓겨나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업체가 전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는 작년 하반기부터 A캐피탈이 낸 소송이 50여건 진행 중이다. 대부분 3000만~1억원 안팎의 전세금을 담보로 내건 사람들이다.
민사 재판은 당시 계약의 진위 여부를 주로 따지기 때문에 법원 판사들은 계약서에 나온 대로 판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채무자는 아예 변론 기회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올해 이 업체가 낸 관련 소송 5건이 잇따라 승소했고, 패소한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일부 판사들은 대부업체에 돈을 빌릴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 처한 서민들에게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는 전세금을 넘겨주는 것은 기본권의 하나인 주거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는 만큼, 관련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한 부장판사는 "주거의 권리와 관계된 전세금은 담보로 할 수 없도록 하거나 살고 있는 도중 내쫓는 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관련법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입력 2009.06.18.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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