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기도 광명과 충북 청주에서 유쾌한 결혼식이 두 건 열렸다. 딱 하루 동안의 호사(豪奢)를 위해 큰돈을 쓰는 대신, 기발한 아이디어로 신랑 신부와 혼주(婚主), 하객 모두가 부담 없이 즐거워했다.

이형석(31)·노성혜(여·28)씨 부부는 13일 오후 1시 광명시 철산동 광덕초등학교 축구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광덕초교는 신부의 모교다. 이들은 파란 인조잔디가 깔린 축구장 초입에 '열심히 살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대형 조화로 구령대(조회대)를 장식했다. 하객 280여 명이 흰색 파라솔을 세운 테이블 15개에 나눠 앉거나 주위에 둘러섰다.

주례를 맡은 노홍빈 목사가 신혼부부를 축복한 뒤, 연애 시절 취미로 태권도를 함께 배운 신랑 신부가 기왓장 격파 시범을 보였다. 웨딩드레스 입은 신부가 먼저 기왓장 1장을 깨자 박수가 터졌다. 신랑이 대리석 6장을 놓고 호흡을 고르자, 신랑 친구들이 "머리로! 머리로!"를 외쳤다. 신랑은 대리석 6장을 박살 냈다.

하객들은 학교 앞 고깃집에서 1인당 1만5000원짜리 불고기 백반과 잔치국수를 먹었다. 식사가 끝난 뒤 신랑 신부 친구들은 광덕초등학교 축구장에 모여 축구와 피구를 한 뒤 동네 목욕탕에서 단체로 목욕을 하고 헤어졌다. 신랑 이씨는 "아예 청첩장에 '친구들은 운동복을 가져오라'고 썼다"고 했다.

13일 경기도 광명시 광덕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이형석씨와 노성혜씨가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신랑과 신부는 결혼식 도중 격파 시범을 보였고, 식이 끝난 뒤에는 친구들과 축구· 피구를 하며‘결혼식 추억’을 만들었다.

신랑 친구 김건우(31)씨는 "청첩장을 받고 '정말로 운동장에서 할까' 싶었는데 개성 있고 즐거웠다"고 했다. 하객 박향희(여·46)씨는 "운동장이라고 하기에 삭막할 줄 알았는데, 잔디가 깔려 외국에서 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같은 날 낮 12시 청주시 분평동 KT남청주지사 대강당에서는 윤동환(31)·정지숙(여·30)씨가 결혼식을 올렸다. 이곳은 일반 예식장 못지않은 시설에 이용료가 무료인데다, 하루 한 쌍씩만 식을 올려서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다.

이날 결혼식은 신랑의 아이디어로 주례 없이 진행됐다. 신랑 신부가 나란히 입장해서 서로에게 쓴 편지를 읽은 뒤 신랑 친구이자 사회자인 김경식(31)씨가 성혼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어 신랑의 아버지 전창식(55)씨가 하객 250여 명 앞에서 색소폰으로 '즐거운 나의 집'을 연주했다. 신랑이 아홉 살 때 신랑 어머니와 결혼한 전씨는 "피를 나눈 아들 이상으로 소중한 자식이라 남들이 안 하는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다"며 "아들 결혼식 때 연주하려고 두 달 전부터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맹연습했다"고 말했다.

전씨의 연주가 끝나자 사회자 김씨와 신부 친구들이 각각 '사랑밖에 난 몰라'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불렀다. 이어 신랑의 후배들이 댄스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을 췄다.

하객 양중석(36)씨는 "결혼식이 전체적으로 '공연'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딱딱하고 지루한 결혼식보다 신선했다"고 했다. 윤씨 부부는 이날 총 815만원을 썼다. 식대(525만원)를 뺀 나머지 290만원으로 드레스·메이크업·사진 촬영·꽃 장식·양가 직계가족 선물 등을 전부 해결했다.

신혼 3년, 이렇게 살아야 평생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