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2일 박연차 게이트 사건 수사 발표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역사적 진실은 수사기록에 남겨 보존될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증거를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을 요구받자, "그냥 문구(文句)대로 받아들여 달라. 더 이상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사건 수사기록의 경우 5년이 지나면 폐기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중요사건은 영구 보존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공소권 없음'으로 내사종결 처리된 노 전 대통령 사건을 뇌물수수 '의혹' 사건이라고 표현하는 등 신경을 썼지만, 수사진행 경과 등은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640만달러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서, "지난해 12월 박연차 전 회장의 홍콩 APC 계좌 송금지시서와 진술에 의해 노건호(노 전 대통령 아들)씨와 연철호씨의 500만달러 수수 단서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이인규 중수부장이 ‘박연차 게이트’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이어 "올해 2월 박 전 회장의 미화(美貨) 환전 자료 및 관련자 진술 등에 의해 100만달러 수수 단서를 포착했고, 올해 5월 9일부터 11일 사이 국제공조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서 박 전 회장이 노정연(노 전 대통령 딸)씨에게 40만달러를 송금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혐의와 관련한 구체적인 증거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이라는 형식적인 처분을 할 경우 통상적으로 구체적인 증거관계를 기술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아울러 박 전 회장이 640만달러 뇌물을 공여한 부분을 내사종결한 이유에 대해서도 "피의사실은 인정되지만, 뇌물 수수자를 불기소했을 경우엔 공여자를 기소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때문에 앞으로 수사를 통해서건, 법정에서건 '640만달러의 진실'은 영원히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검찰이 영구 보존될 것이라고 밝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록 보관책임은 검찰이 갖게 된다. 수사기록의 열람은 일반적인 경우엔 누구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가능하지만, 이번 경우엔 '프라이버시 보호' 등을 위해 검찰이 제한할 가능성이 크고,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해야 열람이 가능하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검찰의 내사종결 결정에 따라 권양숙 여사 등 노 전 대통령 가족이 박 전 회장에게서 받아 쓴 640만달러의 소유권은 사실상 권 여사 등에게 그대로 남게 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하지만 수사를 받던 사람이 기소되지 않은 채 사건이 끝나는 경우에는 '범죄 수익'이라고 판단할 근거 자체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법적 판단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된다. 물론 돈을 건넨 박 전 회장이 돌려달라고 할 경우는 별개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