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찬란한 유산'이 안방 극장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야기 전개는 단순명료합니다.

백마탄 왕자님을 만나 팔자 고친 신데렐라 스토리입니다.(이번엔 왕자님이 아니라 갑부 할머니를 만난 게 좀 다르군요.)

고은성(한효주)에겐 동생이 있습니다. 동생 은우(연준석)는 자폐증을 앓고 있습니다.

은우는 자폐 3급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겐 꼭꼭 마음을 닫은 대신 피아노와 이야길 나눕니다. 그의 피아노 실력은 천재적이죠.

궁금합니다. 과연 자폐와 천재, 둘은 양립할 수 있는 개념일까요.

몇년전 엄정화가 출연한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기억하시나요. 이 영화 역시 자폐를 앓던 꼬마 아이가 세계적인 천재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실제 모델이 있습니다.

바로 피아니스트 오유진씨입니다. 세 살 때 발달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대신 그의 부모는 어린 아들에게서 다른 재능을 발견합니다. 다섯살 때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곡 'December(디셈버)'를 듣자마자 그대로 연주를 했답니다. 절대음감을 타고난 거죠. 이후 그는 배제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작곡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천재적 재능과 뇌기능 장애를 동시에 가진 이들을 '서번트(Savant)', 이러한 현상을 'Savant Syndrome(서번트 신드롬)'이라 부릅니다. 미국 정신과 전문의 대럴드 트레퍼트가 쓴 '서번트신드롬'(홍익출판사)은 여러가지 서번트의 사례를 보여줍니다.

미국의 피아니스트 레슬리 렘크는 정규 음악교육은 받아본 적 없는 IQ 58의 정신지체아였습니다. 시각장애와 뇌성마비에 시달리며 혼자서는 밥도 못 먹을 정도라는군요. 하지만 그는 아무리 길고 복잡한 곡이라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천재 피아니스트랍니다.

음악적 재능 외에도 서번트들은 여러 분야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여줍니다.

중증 자폐아인 킴 픽은 머리 속에 백과사전 전집이 저장돼 있습니다. 세계사, 지리학, 날짜 계산, 문학, 예술 등 세상의 모든 지식이 그의 하드 디스크에 집적돼 있는 겁니다. 이를테면, "1984년 1월 19일은 무슨 요일이지?" 라고 물으면 곧바로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삶은 영화 '레인맨'의 모티브가 됐다고 합니다.

도대체 '천재적 바보', '바보스러운 천재'는 어떤 원리로 태어난 걸까요.

과학자들도 이에 대해 똑 부러지는 정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서번트와 일반인 사이엔 뇌량의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뇌량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해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는데, 서번트는 뇌량이 제 기능을 못하는 탓에 천재적인 재능을 갖지만 보통 사람들이 쉽게 하는 일상 생활은 곤란해 한다는 거죠.

위스콘신 의과대학의 트레퍼트 박사에 따르면, 자폐 환자 10명 중 한 명은 천재성을 갖습니다. 반대로 천재의 50%는 자폐증을 앓고 있고, 나머지 절반 역시 자폐증 외의 다른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그나저나, 다시 드라마 얘기로 돌아오죠. '찬란한 유산'의 작가님께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은성이는 나중에 누구랑 연결시킬 건가요. 선우환(이승기)? 준세 오빠(배수빈)? 조용히 연락 주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