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쓸 만큼 쓴다. 그러나 진지하면서도 밝게, 신랑 신부를 위한 최고의 하루로 만든다. 일본의 결혼식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은행원 나카야마 겐이치(中山健一·27)와 제과점 점원 고바야시 교코(小林京子·여·28)는 지난 4월 만난 지 7년 만에 도쿄(東京) 시내의 한 전문 결혼식장에서 식을 올렸다. 신사(神社)에서 전통 결혼식으로 할까도 생각했지만 요즘 유행하는 기독교식 결혼을 하기로 했다. 결혼식장은 결혼식용 예배당이 갖춰져 있는 곳으로 골랐다.

이들이 결혼식 초청장을 보낸 것은 작년 12월 초. 양가 가족과 가까운 친척을 제외하고 직장 동료와 친구 73명에게 보냈다. 자신들이 성장하고 만나서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신부가 직접 쓰고 컴퓨터로 편집한 편지, 우리의 청첩에 해당하는 안내장 그리고 참석 여부를 회신해달라는 회신봉투 등을 담았다. 73명 가운데 답신을 보내온 사람이 64명. 그 중 해외 출장 등 때문에 2명이 사전에 연락한 뒤 참석하지 못하고 62명이 왔다. 신랑측이 33명, 신부측이 29명이었다. 신랑측 하객으로는 중·고교 동창, 직장 동료, 고교 은사 한 분이 참석했다. 신부측에서도 제과점 사장과 상가 상조회 회장 그리고 가까운 친구들이 참석했다. 결혼식에는 이들 62명에 가족을 포함해 78명이 참석했다.

결혼식은 오후 5시부터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40분 정도 예식에 이어 사진 촬영과 휴식하느라 30분이 지났다. 나머지 시간은 피로연이었다. 결혼식장에 딸린 피로연장에서 열린 피로연에서는 신랑의 직장 동료가 신랑의 직장생활에 대해, 고교 은사가 신랑의 고교 시절에 대해 얘기했다. 신부측에서도 제과점 사장, 친구 대표가 신부의 됨됨이에 대해 얘기했다. 그냥 의례적인 짧은 한마디가 아니었다. 미리 준비해온 글을 5분 안팎씩 걸려 읽는 식이었다. 음식은 이미 사람 수에 맞춰 주문한 1인당 1만5000엔짜리 프랑스 정식 코스 요리였다. 여기에 샴페인과 와인이 곁들여졌다. 신랑은 하객들을 일일이 찾아가서 술을 따랐다. 퀴즈대회 등 신랑 신부가 이날을 위해 마련한 이벤트도 곁들여졌다. 함께 하루를 즐기면서 축하하는 자리였다.

그 다음은 친한 친구들만 모이는 '2차' 자리가 인근 카페에서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예식과 피로연에 비하면 '질펀'한 자리. 자리가 파한 시각은 11시쯤이었다. 택시비가 비싸서 대부분이 전철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날 결혼식과 피로연에 들어간 비용은 300만엔(약 3834만원)가량. 축의금으로 들어온 돈이 200만엔 조금 넘었으니 100만엔 정도를 지출한 셈이었다. 2차 비용은 참석자들이 따로 회비를 냈다.

이들 부부가 치른 결혼식은 일본의 평균적 결혼식 모습이다. 꼭 참석할 만한 사람만 참석해서 앞날을 축원한다. 결혼식장의 좌석은 대개 100석을 넘지 않는다. 피로연장도 참석자 명패로 자리가 지정돼 있어 아무나 들락날락하는 한국식과는 다르다. 하객이 제한되다 보니 축의금 규모가 적게는 2만~5만엔(친구나 직장 동료), 많게는 10만엔(가까운 친족) 정도다. 상당히 부담되는 편이지만 하객 입장에서도 이런 자리가 1년에 2~3차례밖에 없으니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으로 참석할 수 있다.

일본에도 물론 1000만엔(약 1억2783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고 하객도 수백명씩 몰려드는 호화판 결혼식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결혼식은 스포츠나 연예계 스타 등 극히 일부에 국한된다. 대부분은 50~100명 정도의 하객만을 부른 가운데 조용하게 치른다.

결혼 전문지 '제크시'가 2008년 4~6월 일본 전국에서 치러진 결혼식 7863건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평균 결혼비용은 420만5000엔(약 5375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예물 값, 신혼여행비 등을 제외하고 결혼식 당일 지출한 비용은 317만4000엔(약 4057만원)이었다. 평균 하객 수는 73.8명이었으며, 평균 축의금 총액은 223만6000엔이었다. 부모가 지원한 돈은 평균 198만엔(약 2531만원)이었다. 결혼식 장소는 호텔 32.7%, 전문 결혼식장 28.4%였고, 공공시설은 0.8%에 불과했다. 신사에서 올리는 전통 결혼식도 0.8%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