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엄격히 구분돼 있는 많은 이슬람 국가에선 젊은 남성들이 여성이 아닌 남성과 첫 성관계를 갖게 되며, 이 때 경험한 항문 성교가 결혼 후 부인과의 성생활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노골적인 성 관계 내용을 담은 책을 아랍의 한 여성이 책으로 펴내 이슬람 국가들에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성적 표현이 죄악시되는 이슬람 국가에서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이 책을 출간했다는 이는 아랍에미리트에 사는 웨다드 루타(45)라는 여성. 그녀 역시 외출할 때 눈을 제외한 몸 전체에 검은 베일(니카브)을 쓰고 다니는 이슬람 교도다.
루타는 지난 8년간 두바이 가정법원에서 결혼상담을 해주며 들었던 온갖 성 이야기들을 묶어냈다. '탑 시크릿: 부부를 위한 성관계 안내서'라는 이름을 붙인 이 책에는 동성애, 구강 애무, 오르가즘, 자위행위, 불륜 등 이슬람권에선 타부시 되는 내용들이 거침없이 나열돼 있다.
손주들을 둘 때까지 단 한 번도 오르가즘을 못 느껴봤다는 52세 여성, 음경에 대한 구강 애무와 종교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부, 남편이 해외 주둔 중에 바람을 핀 여성, 남편이 여자 옷을 입고 게이 바에 출입해 고민하는 여성 등 이슬람 세계에선 상상도 못할 이야기들이 적나라하게 소개돼 있다.
루타는 선뜻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출판사가 없어 지난 1월 자비로 이 책을 출간했고, 책은 출간과 동시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며 중동 서점가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 책에 관한 뜨거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자유주의자들은 성원을 보내고 있지만, 보수적인 많은 남성들은 루타를 여성들을 타락시키려는 ‘극악한 이교도’ ‘용서 받지 못할 죄인’이라며 “죽여버리겠다”는 살해 위협까지 하고 있다.
이 책의 지지자들은 그 동안 아랍 사회는 성에 무지했기 때문에, 이 책을 성교육 서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인 루타 역시 “성 교육은 죄악으로 이끄는 관문이라는 옛 생각을 버려야 할 때가 됐다”고 말한다.
루타는 6일(현지시각) 영어신문 아랍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대학에서 이슬람 율법을 전공했다. 또 책을 출간하기 전에 두바이의 이슬람 법률학자들의 검증을 거쳤다”며 “사람들은 내가 미쳤다고 하지만 나의 이슬람교에 대한 종교적 신념에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