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들리지만 사실이다. 서울의 전통 있는 야구부도 야구장이 없는 경우가 있다.

야구부가 있는 고등학교들은 대부분 학교 안팎에 야구장을 갖고 있다. 배명고는 학교 맞은편에, 청원고는 남양주에 야구장을 두고 있다. 그 외 덕수고, 신일고 등도 야구장이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휘문고는 전국대회 4회 우승(청룡기 2회, 대통령배-황금사자기 각 1회)에 빛나는 팀이다. 임선동(전 현대)이라는 특급 선수를 배출했고, 현재도 우규민(LG), 김선우, 김명제(이상 두산) 등이 팀의 중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휘문고는 자체 야구장을 갖고 있지 않다.

연습은 학교 운동장에서 이뤄진다. 이 운동장은 같은 학교 일반 학생들과도 함께 써야 한다. 과거에는 체육시간과 야구팀의 연습시간이 겹쳐서 일반 학생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휘문고 야구팀의 박만채(32) 코치는 “학교 측이 많은 노력을 한 덕분에 지금은 상황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실내연습장과 웨이트 트레이닝 룸을 지어준 덕분에, 수업시간에는 그 쪽에서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 학생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연습할만한 야구장이 따로 없으니까, 필드에서 많은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는 건 안타깝죠. 그래서 야구장이 있는 학교와 연습경기를 할 때 일찍 가서 연습합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농구를 하던 휘문고 학생들은 야구팀에 대한 반감을 거의 표시하지 않았다. 휘문고 3학년 류일환(19)군은 “야구부 연습은 오후에 하고, 체육시간이랑 겹치면 안하기도 한다”며 “야구부가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운동장 구석에서 휘문중 학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어서인지, 휘문고 야구팀은 체조와 달리기로 몸을 푼 뒤 다시 숙소 쪽으로 사라졌다.

전국대회 결승 9회 진출, 5회 우승 경력의 명문 서울고와 '대한민국 대표 마무리' 오승환(삼성)의 모교 경기고는 운동장에 간이펜스를 설치하고 야구장으로 쓴다. 운동장 한 쪽에서 배드민턴을 치던 서울고 1학년 송윤식(17)군은 "주로 농구를 많이들 하고, 학교에서 테니스나 배드민턴도 칠 수 있으니까 다들 축구는 잘 안 한다"고 전했다. 서울고 농구코트는 바닥에 우레탄이 깔려 있고, 농구골대도 7개나 있어서인지 학생들이 많았다.

또한 서울고와 경기고는 대학 캠퍼스 넓이 비교에 종종 등장할 만큼 넓은 교정을 소유하고 있다. 그만큼 운동장도 넓다. 야구장에 운동장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남은 넓이도 축구를 즐기기에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이들 역시 수업시간에는 야구팀의 연습이 없다. 그리고 혹시나 모를 사고를 우려해 야구팀이 연습하는 시간에는 트랙 및 운동장의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야구장이 없는 야구부보다 더 신기한 경우도 있다. 한국 대학 아이스하키 팀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경희대까지 5개가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아이스링크가 있는 팀은 고려대 뿐이다. 다른 팀들은 일반 아이스링크를 빌려서 연습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