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사임을 불러온 ‘워터게이트 사건’의 하수인 중 한 명이었던 버나드 바커가 5일(현지시각) 마이애미 교외 자택에서 92세로 사망했다.

미국 최대의 정치 스캔들이었던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민주당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몰래 설치하려 했던 괴한 중 한 명이었던 바커는 전날 밤 보훈병원에 실려갔다가 자택으로 돌아온 뒤 숨을 거뒀다고 그의 의붓딸인 켈리 안드라드는 밝혔다. 사인은 폐암 합병증인 것으로 전해졌다.

쿠바 태생인 바커는 1972년 6월 17일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이 있는 워터게이트 빌딩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 침입했다가 체포된 5명 중 한 명이다. 당시 이들의 범행 동기가 닉슨 당시 대통령의 대선 경쟁자인 민주당의 조지 맥거번 후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려는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대됐고, 결국 닉슨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5명의 괴한 중 바커를 포함한 4명은 중앙정보국(CIA)의 하워드 헌트에 의해 마이애미에서 발탁됐으며 쿠바 피그만 침공 작전에도 가담했었다. 나머지 1명은 닉슨 선거운동의 보안 보좌관이었다.

바커는 이 사건으로 1년 가량 복역하고 출소한 뒤 마이애미시 직원으로 일했다. 그는 1997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