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애불(磨崖佛) 위에 두껍게 덧칠한 석고를 벗겨냈더니 1300년 전 통일신라시대 불상(佛像)이 고색창연한 모습을 드러냈다.

경북 포항시 장기면 방산리 고석사 법당인 보광전은 네모난 큰 바위의 한 면에 석굴 형식으로 불감(佛龕·불상을 모셔 두는 방)을 조성한 뒤 부처님을 돋을새김(양각)해 모셨다. 그런데 이 불상과 바위는 석고가 두껍게 입혀져 있었다. 사찰 기록에 따르면 1923년 무렵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불상을 성형하기 위해 석고를 발랐다고 한다.

경북 포항시 고석사 보광전의 주불(主佛)인 통일신라시대 미륵불의상. 왼쪽은 두껍게 석고를 덧칠했던 모습이고, 석고를 떼냈더니 의자 위에 앉은 불상(오른쪽)이 나타났다.

지난 2008년 주지로 부임한 종범 스님이 최근 석고를 떼냈더니 그 속에서 얼굴은 둥글넓적하고 이목구비에서 힘이 느껴지는 새로운 불상이 나타났다. 높이 222㎝, 무릎 폭 95㎝ 크기의 불상은 특이하게도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불교미술사)는 "의자에 앉아 있는 불상이라면 미륵불로 봐야 한다"며 "이 불상은 미래불인 미륵부처가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미륵불의상(彌勒佛倚像)"이라고 했다. 그는 "8세기 사실적 양식의 특징이 잘 남아 있고 766년 제작된 석남사 비로자나불과 비슷해서 8세기 중·후반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불상은 그동안 약사여래불(藥師如來佛·질병을 치료하는 부처)로 알려져 왔지만, 종범 스님은 "약사불이라면 당연히 들고 있어야 할 약병이 보이지 않아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미륵불의상이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미륵불의상은 중국에서 8~9세기에 크게 유행했지만 우리나라에선 고(古)신라(경주 삼화령 미륵세존)와 고려시대(법주사 마애미륵불)에 만들어진 것만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