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간의 일부 사이트들이 성매매 업소와 비즈니스 제휴관계를 맺어 회원들의 성매매를 조직적으로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일부 인터넷 사이트들에 성매매 체험기들이 올라오고, 각종 성매매업소 정보가 확산 중인 것과 맞물려 인터넷 공간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즐탕 했습니다"…성매매 체험기
3일 오전 M사이트에는 최근 서울 강남의 S안마시술소를 방문했다는 한 남성이 ‘유쾌 상쾌 발랄 공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업소명과 함께 “방문날짜: 5월 주간(낮)/ 가격:회원가/ 파트너 예명:공주/나이:20대/ 얼굴: 연예인 Y+K/몸매:키 170cm에 A컵”등 업소와 성매매 여성에 관한 정보를 적었다.
이어 ‘내용’이라는 항목을 통해 “훤칠한 키의 ‘언냐’(언니·성매매여성)가 맞아 준다. 탕방(욕조)에서 탈의 후 ‘물다이’로 이동, ‘거품바디’ 후 침대로 이동한다. 스킬도 좋고 애무도 좋다. 2차전(2차례 성관계) 후 퇴실”등을 줄거리로 200자 원고지 8매가 넘는 분량의 안마시술소 체험기를 써 내려갔다.
이 체험기에는 몇시쯤 이 업소에 도착해 어떻게 ‘언냐’를 소개받아 어떤 대화를 나눴고, 어떻게 성매매 서비스를 받았는지 마치 엽색소설을 쓰듯 자세해 기술돼 있다.
이는 이른바 ‘탕체험기’. ‘탕’은 안마시술소나 증기탕 등 성매매업소를 가르키는 은어다. ‘탕’을 자주 애용하는 남성들은 ‘탕돌이’로 불린다.
이 사이트에는 이처럼 ‘탕돌이’들이 올린 ‘탕체험기’가 매일 10여건 안팎의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방문업소-파트너 정보-안마사 정보- 내용 -총평-기타 하고 싶은 말’등 6가지 항목을 통해 업소의 위치와 가격, 연락처 뿐만 아니라 파트너의 예명과 나이, 얼굴과 몸매에 대한 평가, 그리고 전체적인 성적 서비스 내용까지 자세히 기록했다.
이런 탕체험기가 올라오면 회원들은 “즐탕(즐거운 ‘탕’체험) 축하드립니다”고 댓글까지 달고 있다.
◆ 룸살롱 체험기도
이와는 별도로 룸살롱 체험기를 싣는 코너도 있다. 지난달 15일 강남의 모 룸살롱에 갔다는 한 네티즌은 ‘탕체험기’와 유사한 형식으로 업소와 파트너 정보를 적은 뒤 어떻게 파트너와 술자리를 함께 했고, 성매매를 했는지 자세히 적기도 했다. 이에 회원들이 “즐룸(즐거운 룸살롱 체험) 축하드립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 소리없이 퍼지는 섹스 조장 사이트들
문제는 정부나 지자체, 경찰이 지속적으로 불법 성매매를 단속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성매매체험기를 올려 남성들의 시선을 끄는 사이트나 카페가 소리소문없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
N사이트도 노래방과 안마시술소, 룸살롱 등의 코너를 나눠 회원들이 자세한 성매매 체험기를 올리게 하고 있다.
B사이트의 ‘밤문화탐방기’ 코너에는 룸살롱과 안마시술소, 노래방, 키스방 등 성매매 및 유사성매매 업소 체험기가 하루에 1~2건 이상씩 올라오고 있다.
일부 사이트는 서로 제휴를 맺어 회원들을 공유하기도 했다. ‘탕돌이’들의 모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한 카페는 A사이트와 제휴를 맺었다.
A사이트는 회원가입만 하면 사이트를 볼 수 있는 다른 사이트와 달리 별도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아야 접근이 가능하도록 철저히 ‘비밀’로 운영되고 있다. A사이트도 업소 및 파트너 정보와 함께 어떤 성적 서비스를 받았는지 ‘탕체험기’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업소와 제휴 조직적 성매수"
M사이트의 경우 강남권 9개 및 비강남권 13개 안마업소와 제휴해 회원들에게 특별할인가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비강남권은 서울과 경기 부천·분당, 대전 유성, 울산광역시의 업소까지 포괄하고 있었다. 또한 강남권의 일부 룸살롱과도 제휴를 맺었다.
이 사이트 회원들은 안마시술소와 연계해 정기적으로 모여 성매매를 하는 ‘회원정모’까지 하고 있었다. 운영자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번개 형식으로 시작된 이 모임은 회원들이 안마업소에서 함께 저녁식사하고 게임 등을 즐긴 뒤 정해진 파트너와 성매매를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지난달 27일에는 강남의 R업소에서 회비 13만원을 내고 성매매 모임을 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한 참가자는 “M실장님이 제 스타일에 맞춰 양귀비 같은 ‘XX’와 합방시켜 줘 ‘즐탕’했다”고 후기를 올렸다.
이 사이트는 특히 ▲ 월 후기 4개 이상작성 ▲ 월 모임참석 1회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한 회원을 특별회원으로 우대하고 강남 서부와 동부, 수도권 서부와 남부 등 각 지역을 나눠 별도의 지역책임자를 두는 등 조직적인 형태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성매수자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업소에게 할인혜택도 받으면서 정기적으로 몰려 다니며 성매수를 한다는 것은 처음 듣는 '새로운 트렌드'인 것 같다"며 "개인적인 성매매 체험기는 처벌하기가 쉽지 않지만 범죄집단처럼 조직적으로 불법 성매매를 하는 모임은 명백한 처벌대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사이트들에는 대부분 유흥업소의 노골적인 광고가 범람하고 있다.
경찰의 성매매 단속으로 드러내놓고 광고를 할 수 없는 이들 업소들이 인터넷을 통해서는 공개적으로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B사이트의 ‘유흥업소 소개’코너에는 벌거벗은 업소 여성들의 사진이나 남녀가 성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음란사진과 함께 “풀살롱(룸살롱과 호텔을 연계한 신종 성매매업소), 하드코어 풀코스, 1인당 **만원” 등의 문구와 휴대전화 번호를 적은 룸살롱 광고들이 즐비했다.
한 업소는 “허리돌리기가 예술인 새로운 전투조 언니” “인형같은 얼굴 텐프로에서도 먹힐 만한 몸매” 등으로 ‘아가씨’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다른 업소는 하드코어의 원조 ‘구미식 룸살롱’이라고 소개한 뒤 ‘신고식→황제스킨십→초강력전투’으로 진행되는 서비스로 “남자가 먼저 지치게 만든다”고 소개했다.
이 업소는 노골적인 음란사진과 함께 “최근 서울 유흥가에서 떠오르는‘구미식 룸살롱’은 공단이 많은 경북 구미 인근의 거친 유흥문화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