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현철 기자]"(정)재훈이는 신혼이라 2군에 내려오기가 좀 그렇다네요".(웃음)

2005시즌을 앞둔 두산 베어스는 최하위로 평가해도 무리가 없던(?) 전력이었다. 병역 파동으로 인해 주축 선수들이 대거 전력 공백을 낳았고 원래 선수층이 얄팍했던 팀이었기 때문. 대다수의 야구인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두산을 최약체로 꼽았다.

그러나 두산은 삼성과 함께 8월까지 시즌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등 이변을 낳은 끝에 한국 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과정에서는 중간 계투로 69경기를 나서는 동시에 '깜짝 선발'로도 3경기에 나섰던 우완 사이드암 김성배(28)가 있었다.

2003년 건국대를 졸업하고 계약금 1억 5000만원에 입단(1999년 2차 8순위)했던 김성배는 2005시즌 82⅓이닝을 소화하면서 8승 3패 8홀드 2세이브 평균 자책점 3.17을 기록,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2004년 2경기 1패 평균 자책점 16.88을 기록하는 데 그쳤던 그는 이듬해 2004시즌 후 의장대 입대한 정성훈(31. 2008년 방출)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김경문 감독 부임 후 '1기 샛별' 중 한 명으로 꼽을 수 있던 투수가 김성배였다.

그러나 2006시즌 부상을 겪으며 21경기 1홀드 평균 자책점 4.58에 그친 그는 시즌 후 상무에 입대했다. 성적은 뛰어난 편이 아니었으나 그는 입대 전 직구-슬라이더 투 피치 스타일서 싱커, 서클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투수로 변모했다.

시즌 초 투구 도중 발등 부상을 입으며 첫 테이프를 불안하게 끊었던 그는 현재 다시 투구를 재개했다. 지난 27일 경기도 이천 베어스 필드서 열린 롯데와의 2군 경기서 7-2로 앞선 6회초 팀의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김성배는 1이닝 동안 4피안타 3실점하며 부진한 투구를 보였다.

그러나 경기 후 만난 그는 현재의 모습에 낙담하기보다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진중한 태도로 목표에 다가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프로 7년차, 우리 나이 스물 아홉으로 적은 나이가 아니었으나 "완벽한 모습으로 1군에 오르겠다"라는 목표를 밝힌 그의 눈에는 열정이 담겨 있었다.

▲ 잘 나갔던 기억은 잊었다…다시 시작한다

"다들 그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2군에 있을 때는 내가 잘 나갔던 때의 기억은 버려야 한다고".

투수는 예민하다. 아주 자그마한 상처에도 투구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는 사람이 투수다. 지난 3월 막을 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서 김광현(21. SK)의 치통은 투구 밸런스의 붕괴를 가져왔으며 2006년 서울 지역 고교 최대어 중 한 명으로 꼽혔던 김강률(21. 전 두산-현 상무)은 왼발의 찰과상으로 인해 밸런스가 무너지며 지명 순위가 뒤로 밀렸다.

2009시즌 초 김성배 또한 그러했다. 특히 그가 당한 발등 부상은 부상 정도가 결코 작지 않았기에 좋았던 때의 투구 밸런스를 찾는 데 크나큰 어려움을 가져왔다. 김성배는 '아직 몸이 덜 만들어진 상태'라며 짐짓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고자 했다.

"아직은 몸이 덜 만들어진 상태에요. 지난 4월 초에 SK와 2군 경기를 치르다가 발등 부상을 입었는데 공을 놓을 때 뒷 축이 된 왼발을 좀 심하게 돌렸죠. 공을 좀 세게 던지려고".

건국대 시절에도 김성배는 '좋은 공을 던지지만 투구폼이 너무 역동적이라 부상 위험성이 크다'라는 평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아마추어 야구 마니아 사이에 그러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해주자 그는 "그 때 벌써 그런 이야기가 있었나"라며 눈을 크게 떴다.

"발 쪽에서 뭔가 '뚝'하는 소리가 나더라구요. 인대가 늘어
는 동시에 발등 뼈가 같이 부러진 겁니다. 부상 회복 후 실전 피칭을 치르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나이도 있고 부상이 있었기에 당일 1이닝 3실점을 기록한 것이 선수 본인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김성배는 짐짓 여유있는 표정을 지었다. 1경기에 연연하기보다는 제 위치에서 임무에 충실하다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는 소신이었다. 두산 1군서는 올 시즌 개막 전 김성배에 대해 '오른손 타자에 대한 타겟 피칭을 펼칠 수 있는 원포인트 릴리버'로 기대한 바 있다.

"2군에 머물러 있던 동료나 선배들이 다들 그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잘 나가던 때에 얽매이다보면 결국 그 기억에만 묶여 있게 된다고. 지금 차근차근 보완하고 준비하면서 2군서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다보면 제게도 1군서 기회가 오겠죠".

▲ 완벽하게 보완해 1군서 웃겠다

"(김)상현이가 제 번호를 달고 잘 하고 있으니까요. 다시 달라고 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2005년 8승을 거두던 시절 김성배의 등번호는 26번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19번을 달고 있다. 올 시즌 6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경기 내용면에서 1선발로 평가 받는 우완 김상현(29)이 26번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상무 입대 전에 29번을 달고 있던 상현이가 제 번호를 달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대 후에는 돌려줘'라고 하고 입대했는데 26번 달고 잘하고 있으니까요.(웃음) 잘하고 있는 친구한테 '등번호 내놔'라고 할 수도 없고. 저도 19번 달고 잘해야죠".

김성배와 친한 선수는 김상현 만이 아니다. 이종욱(29)과 손시헌(29), 정재훈(29) 등은 모두 '99학번'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서로 절친한 사이다. 그러나 현재 팀 내 99학번 중 2군에 있는 선수는 지난해 롯데 방출 후 테스트로 입단한 우완 이석만(29)과 김성배 뿐이다.

"다들 같이 1군에 있자고 약속을 했는데 아직 저는 못 올라갔네요. 최근에 만나서 같이 이야기하는데 (정)재훈이가 '난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서 2군 내려가면 큰일난다'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습니다".

상무에서의 2년은 김성배에게 뜻깊은 시간이었다. 직구-슬라이더의 단순한 조합으로 타자를 상대하던 김성배가 싱커, 서클 체인지업 등 잠수함 투수의 기본 변화구를 장착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선수 본인 또한 그에 대해서는 큰 의의를 두었다.

"잠수함 투수인만큼 싱커나 서클 체인지업이 없다면 현대 야구서 살아나기는 힘듭니다. 특히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때 바깥으로 꺾어져 떨어지는 구종이라 계속 연마하고 있는데 아직은 변화각도가 그리 크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아직 더 연마해야죠".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포수 최승환(31)은 '인터뷰를 하니 너도 얼마 안 있으면 1군 올라가겠구나'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자 김성배는 재차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완벽한 모습으로 1군에 올라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간에 쫓겨 다급하게 올라가기보다 제대로 된 모습으로 팬들 앞에 다시 서겠다는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대충 해서 그냥 올라가면 별 의미가 없어요. 급하게 페이스를 끌어 올리기보다 차근 차근 완벽하게 기량을 다듬어야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완벽하게 갖춰놔야 다시 2군으로 떨어지는 일이 없을 테니까요".

farinelli@osen.co.kr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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