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한 느낌이다."

1승이 이렇게 소중한 건지 몰랐다. 히어로즈 장원삼. 28일 잠실 두산전서 선발 7⅔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섞어 6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2승째(3패)를 올리며 강팀 두산과의 주중 3연전 스윕을 마무리했다. 볼넷 1개에서 알 수 있듯 흠 잡을데 없는 올시즌 최고 피칭이었다. 23일 KIA전 첫승에 이어 2연승. 6.02의 부끄러운 방어율도 5.12로 확 끌어내렸다.

장원삼의 시즌 초는 그야말로 악몽같았다. 지난 17일 LG전까지 7경기서 3패에 방어율은 무려 6점대. 에이스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성적이었다. 'WBC 참가로 인한 컨디션 조절 실패'라고 감싸주던 팬들도 6~7경기째 부진이 이어지자 성난 민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9번째 등판(23일 KIA전)에서 살아나 천만다행"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이유다.

하지만 장원삼은 긍정적 마인드를 잃지 않았다. "10번째 등판이었는데 지금부터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스스로 위기극복을 해낼 것이란 김시진 감독의 말 저변에도 이러한 '긍정' 캐릭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김 감독은 "원삼이는 다른 투수에 비해 집착이 적다. KIA전에서 144km까지 던지며 스피드가 살아난 만큼 좋아질 거라고 본다"며 부진 탈출을 예고했다.

그 예언 그대로였다. 경기 초반 과감한 몸쪽 직구 승부로 김현수-김동주 벽을 넘더니, 4회부터는 포수 강귀태 리드에 따라 슬라이더, 커브 등 바깥쪽 변화구 승부로 패턴을 확 바꿔 최강 타선의 벽을 구렁이 담 넘듯 슬그머니 넘어갔다.

홈런 공장인 목동구장의 압박감에서 벗어나 넓직한 잠실구장의 해방감도 자신있는 피칭에 한 몫했다. 그는 "잠실이었기에 망정이지 목동이었으면 2개는 홈런이 됐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역시 게임을 풀어나가는데는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다"는 장원삼은 "앞으로 13승만 더 올리면 올시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웃는다. 힘들 때일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긍정의 힘. 장원삼이 제대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