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 연기력? 가창력? 아니 춤실력? (중략) 넌 돈과 바꿀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영혼을 팔지 않았어. 그게 이유라구.” - ‘자영이’ 中
성균관대 국문과 출신 엘리트 래퍼 유엠씨(31, UMC, 본명 유승균)의 2집 앨범에 실린 ‘자영이’라는 노래다. 한 여자 연예인 지망생에 대한 독백을 통해 연예계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자연 사태’라는 대형 사건에 휘말려 제대로 발표되지 못했다.
“제가 처음 인터넷에 들려준 게 12월이에요. 돌아온 유엠씨가 사람들에게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노래도 90년대 댄스곡처럼 붙였다구요. 이름도 일부러 어머니 세대 이름을 쓴 건데 그게 공교롭게도 장자연씨랑 비슷했죠. 심지어 내용까지 비슷하더군요. 참 운도 없지. 그래서 제대로 된 활동을 못했습니다.”
유엠씨는 이번 앨범을 내면서 예명을 UW(유위柳僞)’로 바꾸었다. 문학의 본질은 거짓이라는 생각 때문에 거짓 위 자를 썼다고 한다.
“가사도 일종의 문학이고, 가수는 작가입니다. 전 음악은 랩이지만 가사 쓰는 마인드는 정태춘, 김광석, 김현식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1집의 ‘가난한 사랑노래’ 같은 경우 다들 제게 사실이냐고 물어봅니다. 그럴 때 내가 가사를 잘 썼나보다 하고 뿌듯해하죠.”
유엠씨는 한때 음악을 그만두고 영어학원 강사를 했었다. 특목고 입시반을 맡는 등 일이 잘 풀려서 한때는 이 길로 나갈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다고 한다. 그가 딱히 혀를 굴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리스닝이 좋지 않은 기자는 그가 영어단어를 이야기할 때마다 두세번씩 되물어야했다. 해외에 나간 적이 없어 여권도 없다는 유엠씨가 영어를 잘 하게 된 비결이 뭘까? 그는 팝음악이 대세였던 90년대 초반, 투팍(2pac)의 랩에 빠져지냈다고 했다.
“예전의 제게 힙합이란 그냥 영어였습니다. 10살 때부터 뜻도 모르고 영어가사를 사전처럼 그대로 외우고 다녔어요. 발음은 물론이고 호흡까지 똑같이 따라했습니다. 이렇게 키운 영어실력이 인정받은 거죠.”
그는 스스로에게 솔직한 음악, 알아듣기 쉬운 음악을 강조했다.
“쉽게 쓴다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랩가사를 쓰다보면 나 자신을 잃게 되는 수가 있어요. 가사가 워낙 많으니까. 어려운 말 쓰면 멋있을 것 같지만, 써본 사람은 할 말이 없어서 어렵게 썼다는 거 딱 보면 압니다. 가령 라킴(Rakim)은 너무 말을 어렵게만 하려고 하죠. 중학생도 아니고.”
유엠씨는 힙합의 본고장 미국과 다르게, 딱딱 맞는 라임(Rhyme, 각운脚韻)을 쓰지 않는다. 미국 힙합을 추종하는 다른 가수들로부터 공격도 많이 받았다. 한국 힙합은 전통적으로 해외 교포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한국 힙합의 이방인으로 불린다.
“미국은 정치색도 문화적 유행도 성에 눈뜨는 시기도 우리와 달라요. 말이 바뀌는 순간 그 문화는 이미 바뀐 겁니다. 교포 래퍼들의 사회문화적 배경은 한국이 아니라 LA오렌지카운티예요. 그들은 자기 문화에 솔직한 거고 이건 문제가 안됩니다. 난 서울특별시에서 31년을 살았어요. 그들과는 달라야 정상 아닙니까? 전 리듬감 때문에 발음을 희생하는 게 싫어요.”
문화 이야기가 나오자 차분하던 목소리가 높아졌다. 유엠씨는 ‘격정적일 때는 곡을 쓰지 않는다’는 야니(Yanni)의 말을 인용하며 노래로 다른 뮤지션을 공격하는 문화에 큰 거부반응을 보였다. 미국에서 건너왔다는 이유로 정당화되지만, 인터넷 게시판 문화와 밀착된 잘못된 문화라는 것이다.
“그들은 외국 음악을 인용해서 자신의 음악적인 기득권을 지키려고만 합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룰에 맞춘 곡을 보면, 한국말 영어 둘다 어설퍼서 어느 쪽 문화도 제대로 반영이 안 돼요. 오로지 인터넷 게시판 문화만 반영되죠. 그러면서 결론 내릴 때는 꼭 미국 예를 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