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의 꿈 : 역대 딱 두차례뿐인 대기록…

'장거리 미사일'을 장착한 두산 김현수가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30홈런 리딩히터. 역사상 단 두차례 밖에 나오지 않은 가치있는 기록이다.

지난해 타격왕 김현수는 19일 잠실 롯데전에서 시즌 9호 홈런을 날렸다. 불과 36경기만에 지난 한 시즌 홈런수와 타이 기록이다.

정교한 타자의 홈런포 장착은 무서운 변화다. 상대 투수가 승부를 걸어오기 힘들어진다.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면 출루 빈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툭하면 걸어나가는 팀 동료 김동주가 대표적인 예. 단순한 성적 이상으로 팀에 큰 공헌을 할 수 있다.

장거리포에게 정확성의 상징인 수위 타자까지 기대하는 건 힘든 이야기. 하지만 19일 현재 4할2푼으로 타율 독주체제에 들어간 김현수에게 관건은 오히려 30홈런 달성여부다. 30홈런 리딩히터의 가치와 김현수의 달성 가능성, 변수를 살펴본다.

▶ 30홈런 리딩히터 왜 어려운가?

30홈런 리딩히터는 28년 역사상 딱 두번 나왔다. 최근 금지 약물 폭로로 화제의 중심에 선 Xports 마해영 해설위원이 롯데 시절인 99년 3할7푼2리의 타율과 35홈런을 기록한 것이 첫번째. 히어로즈 브룸바가 현대 시절인 지난 2004년 3할4푼3리의 타율과 33홈런으로 뒤를 이었다. 힘과 정확성을 동시에 갖춘 슈퍼스타들 대부분은 문턱에서 물러나야했다. 84년 3관왕을 차지했던 삼성 이만수는 100경기에 불과했던 탓에 3할4푼의 타율과 23홈런으로 홈런왕에 올랐다. 92년 빙그레 이정훈(0.360, 25홈런), 97년 쌍방울 김기태(0.344, 26홈런), 98년 삼성 양준혁(0.342, 27홈런), 2003년 두산 김동주(0.342, 23홈런), 2006년 롯데 이대호(0.336, 26홈런) 등이 아쉽게 분루를 삼킨 주인공이다.

30홈런 리딩히터는 상식적으로는 양립하지 않는 기록이다. 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큰 스윙을 자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즌 막판 타율 1위 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더욱 풀스윙을 하기 어려워진다. 그만큼 가치 있는 기록이다.

 ▶ 가능한 도전

눈여겨볼 점은 김현수의 페이스다. 36경기에서 9홈런. 경기당 0.25개이자 4경기에 하나꼴로 담장을 넘기고 있다. 이 페이스라면 올시즌부터 늘어난 133경기에서 33개의 홈런이 가능해진다. 물론 산술적 계산이다. 하지만 타격 밸런스를 보면 반짝 장타가 아님이 분명해보인다. 올시즌부터 무겁고(880g→910g) 긴(33.5인치→34인치) 배트를 사용하고 있는 김현수는 히팅포인트를 볼 1~2개쯤 앞에서 가져간다. 김현수는 19일 "투스트라이크 이전에는 풀스윙을 한다"고 밝혔다. 전광석화같은 허리회전으로 스윙스피드를 늘린만큼 비거리가 늘었다. 실제 김현수의 9개 홈런 중 6개는 투스트라이크 이전에 나왔다. 홈런 타구 방향도 스프레이식이다. 9개 홈런 중 우월 홈런이 5개지만 중월과 좌월도 각각 2개씩이다. 집요한 바깥쪽 승부도 넘길 수 있다는 방증이다.

 ▶ 변수는 없을까?

최대 관건은 여름 체력 유지 여부다. 워낙 기초 체력이 좋은 선수지만 3월 WBC에 출전했던 점이 걸림돌이다. 이미 대회에 함께 출전했던 많은 동료들은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크게 상관없다"며 늘 씩씩하던 김현수도 최근에는 "솔직히 말하면 30경기 남짓 치른 것 같지는 않다"고 고충을 호소한다. 타율 부문 경쟁자들도 변수다. LG 페타지니(0.405), SK 정근우(0.401), 두산 김동주(0.395)와 장외 후보 LG 박용택(0.411)와의 경쟁을 물리쳐야 한다. 홈런 치기 가장 힘든 잠실구장을 홈그라운드로 사용한다는 점도 불리한 요소 중 하나. 희망적인 부분은 김현수의 9홈런 중 절반에 가까운 4홈런을 잠실서 때려냈다는 점이다.

< 정현석 조선닷컴 야구전문기자 andy@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