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훈남의 서식처?
‘센스 앤 센서빌리티’,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귀족적인 미소, 그보다 더 고급한 엑센트를 가진 영국산 훈남, 콜린 퍼스(Colin Firth·49)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게 생겼다. 그의 강력한 적수는 미국 CBS 드라마 ‘멘탈리스트’의 주인공인 ‘오시(Aussie Guy·호주 남성)’, 사이먼 베이커(Simon Baker·40).
대체 언제부터 호주가 ‘크로커다일’ 대신 ‘훈남의 서식처’가 됐는지. 히스 레저, 휴 잭맨, 에릭 바나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남자 배우들은 모두 그 촌스럽다는 ‘오시’들이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요절한 히스 레저를 제외하곤 휴 잭맨, 에릭 바나, 사이먼 베이커 등은 모두 20대 애송이 시절에는 눈에 뜨이지 않더니, 서른 중반이 넘어가면서 진정 원숙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는 점. 근육만 발달한 거친 호주 청년들이 세월이 흐르며 숙성 단계를 거치며 슬슬 멋진 중년을 향해가고 있다.
이중 요즘 최고의 화제는 단연 사이먼 베이커. 호주 태즈매니아 출신인 그는 유부남(호주 출신 아내와 아이 셋)에 연기력, 패션감각, 그리고 눈웃음까지 갖춘, 거의 모든 걸 가진 남자. 여기에 ‘성공’이 더해지게 됐다. 심리를 읽는 수사관 제인(Jane)으로 열연중인 드라마 ‘멘탈리스트’는 전미 시청률 1위를 달리며 대히트를 기록 중이다. 게다가 그는 지난 12일 ‘내 안의 살인마(The Killer Inside Me)’에 주연으로 캐스팅이 확정됐다. 냉정한 경찰이자 살인마인 이중인격을 가진 주인공 역으로는 사이먼이 딱이라는 게 요즘 할리우드 언론의 반응이다. 이제 그는 곧 ‘할리우드 주류’ 배우가 될 게 틀림없다. 그의 매력 포인트를 정리하면 이렇다
1. 처진 눈 컴플렉스를 단번에 상쇄해주는 눈웃음
사이먼 베이커가 우리 식의 딱딱한 증명 사진을 찍었다고 가정해보자. 아마도 심각하게 처진 눈 때문에 다소 멍청한 느낌까지 주었을 듯. 그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미소를 훈련(거의 모든 프로필 사진에서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다)함으로써, ‘나이스 가이’ ‘훈남’으로서의 매력을 십분 발휘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웃는다’에서도 그의 역할은 큰 비중이 아니었지만, 주인공의 남자친구(누구였는지 얼굴 기억 나는 분?)에 비해 훨씬 세게 각인됐다. 바로 그 친절한 눈웃음과 부드러운 말투, 그리고 허를 찌르는 ‘배신’이 절묘한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2. 근육은 있어도 힘은 쓰지 않는다
‘멘탈리스트’에서 제인은 범인이 도망치면 쫓아가 잡기는커녕 못 본 척 슬쩍 자리를 피할 만큼 유약한 캐릭터다. 셔츠를 걷어올렸을 때 보이는 근육으로만 보면, 그는 결코 허약남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결코 완력을 쓰지는 않는다. 오히려 살짝 손끝을 스치며 최면을 건다거나 하는 식으로, 큰 소리 한 번 지르지 않고 범인의 자백을 받아낸다. 바로 ‘멘털 카리스마’라고 부르면 좋을 정신의 힘. 드라마 속 제인은 한국인 동료인 조(팀 강)의 무뚝뚝하고 거친 스타일과 상반된 스타일이지만, 둘은 결코 불화하지도 않는다. 부드러운 대비와 조화. 드라마의 매력이자, 제인의 인간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치다.
3. 남자는 역시 패션!
베스트(vest)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형사가 있었던가. ‘멘탈리스트’에서 그는 한번도 예외없이 수트를 입고, 수트 안에는 항상 조끼를 받쳐 입는다. 자켓과 같은 색일 때도 있지만, 회색 수트에 베이지 조끼를 받쳐 입는다거나, 면바지에 정장용 조끼를 입는 경우도 있다. 이 호주 가이는 영국식 신사의 모습으로 비쳐진다. 2009 피플지가 선정한 ‘100 Most Beautiful People’에 선정될 만큼 멋진 외모를 갖기도 했지만, 스타일리스트를 잘 만나 이번에는 옷마저 잘입는 스타로 변신 중이다. “네가 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가서 구두라도 팔던지, 암튼 다른 일을 하라”고 말할 정도로 배우로서의 자존감이 충만한 그. 드디어 단독주연으로 캐스팅 된 ‘내 안의 살인마’에서는 또 어떤 감각을 보여줄지. 걱정인 것은 새 영화에서는 지루한 일상을 사는 시골 경찰로 나온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