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대한민국의 기간방송인 KBS와 MBC는 정권의 '선전선동 사령부' 역할을 했으며, 방송사 노조는 방송사 경영을 주도하며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는 선봉대 역할을 했다."(방송개혁시민연대 발간, '좌파정권 10년 방송장악 충격 보고서') 14일 프레스센터에서는 '방송개혁시민연대'(이하 방개혁)라는 단체가 만들어져 첫 출범을 알렸다. 이들은 이날 발간한 '좌파정권 10년, 방송 장악 충격 보고서'에서 "지난 10년 우리 방송계는 정부와 결탁해 '권방(權放) 유착'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좌파 성향의 일부 프로그램에 국민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왔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5년' 방송 人的 장악… 정권홍보 위한 충성 경쟁
◆좌파시대 개막, 김대중 정권과 방송
보고서는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 10년간 방송사와 방송 관련 기관에는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 출신들이 대거 진출했다"며 "방송에 대한 '인적 장악'이 이뤄진 후 방송사들은 정권 홍보 '충성 경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1999년 3~4월 방송사들이 정부 각 부처의 대통령 국정보고를 경쟁적으로 '생중계'하는 등 요즘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1999년 7월 KBS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필라델피아 자유메달상' 수상식을 9시 뉴스에서 "녹화 중계한다"고 예고했다가 2시간 만에 방침을 바꿔 생중계로 편성을 변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MBC도 이를 생중계했다. 보고서는 "당시 방송은 정권을 위한 충실한 홍보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관련 프로그램과 이념 성향 프로그램도 봇물을 이뤘다. 보고서는 이런 경향이 정권 출범 첫해부터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MBC의 '격동 반세기의 통치자들'은 이승만 대통령의 지나친 반공이데올로기가 남북 관계의 경색과 분단의 고착화를 심화시킨 것으로 묘사했으며, '김승규의 평양리포트'(SBS)는 북한 당국의 철저한 통제와 의도에 따라 만들어진 '북한 선전'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1999년에 등장한 KBS 특집 다큐멘터리 '20세기 한국사-해방'과 과거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의 대형 이념 프로그램은 "대한민국을 민중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해방 공간의 현대사를 편향된 시각에서 조명해 반미(反美) 감정을 부추겼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당시 KBS가 '20세기 한국사-해방' 관련 프로에서 주제로 삼았던 것도 토지와 식민지, 독재, 이데올로기, 한반도 등 민중 사관에서 주로 다루는 소재였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라디오 방송까지 이런 분위기를 타고 CBS는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아십니까?' 등으로 북한 관련 소재의 수위를 높여갔다.
보고서는 "지난 2000년 KBS는 예고 방송까지 됐던 '긴급입수 탈북 난민 7인의 증언 공개'의 방송을 갑자기 취소했다"며 "이는 북한의 체제와 고통받는 주민들의 실상이 폭로돼 김정일이 남북회담과 6·15선언을 거부하면 노벨상 수상이 물거품이 되는 것을 우려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5년' 이회창 병역비리 과다보도… 權放의 밀월 시대
◆노무현 정권과 방송의 밀월(蜜月)
보고서는 "노무현 정권은 대선 시기 김대업 관련 보도나 '탄핵 방송'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방송이 탄생시키고 집권 내내 방송이 지켜준 '권방유착' 정권이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10일이 채 지나기도 전인 2003년 3월 4일 KBS 개국 축하연장을 찾아가 "방송이 없었으면 어떻게 내가 대통령이 됐겠는가? 앞으로 방송이 가자는 대로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과 방송의 밀월여행은 선거전이 한창이던 2002년 이미 시작됐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예를 들어 2002년 7월부터 10월까지 KBS 9시 뉴스는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총 101건이나 보도했으며 이는 1997년 같은 사안을 19번 보도한 것의 5배 이상이다. 보고서는 97년에는 "이 후보가 여당 후보였지만 2002년에는 야당 후보였기 때문에 이런 보도 형태가 나타난 듯하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5개월째인 2003년 7월 MBC의 오락프로그램인 '느낌표'에 출연해 프로그램 코너에 대한 대담을 나누고 프로그램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다. 보고서는 "일국의 대통령이 특정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 프로그램을 주제로 대담을 한 예는 세계 방송사상 전무후무한 일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후 방송사와 정권은 더 가까울 수 없을 정도로 밀착됐다. 보고서엔 2004년 대통령 탄핵 때 "MBC 시사교양국 일부 PD가 '믿기 힘들다'며 망연자실했고, 심지어 한 PD는 '나라가 이 모양인데 프로그램은 만들어 무엇하나'라고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노 전 대통령과 방송의 밀월은 퇴임하기 직전까지 이어진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8월 한국PD 연합회 창립 20주년 행사에 참석해 '여러분은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좀 휘둘러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좌편향 프로 집중 편성… 시청자 사고에 영향
◆이념 성향 프로그램 얼마나 심했나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방송사들은 좌편향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해 시청자들의 사고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대표적 사례로 '이제는 말할 수 있다'(MBC)의 경우 "평균 시청률(10%)과 방송 시간(연평균 12회)을 감안하면 방송기간 동안 연간 500만명이 매년 720분씩 일종의 '사상교육'을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노조가 장악한 방송사에선 사내 관리·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방송사 직원들이 뇌물·공금횡령·향응 등으로 수사를 받는 일이 반복됐다"고 했다.
방송개혁시민연대에는 MBC 공정방송노동조합(위원장 정수채)이 단체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우국제 전 SBS프로덕션 이사, 이석희 전 KBS 보도국장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과 김강원 전 미디어오늘 기획조정실장이 공동대표를 맡기로 했다. 김 공동대표는 "국민들이 특정 방송 노조가 쏟아내는 왜곡된 프로그램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이를 견제할 세력이 없었다"며 "전·현직 방송인과 시청자들이 힘을 합쳐 방송사 노조가 아니라 국민이 주인 되는 방송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정창기 한국방송인회 감사(전 KBS정책연구실장)는 "지난 10년간 방송을 보며 끓어오르는 울분을 삭이며 개탄한 적이 많다"며 "특정 이념에 매몰돼 허위·편파 보도를 해온 방송을 바로잡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