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곤의《예술 속의 대가들》전(展)에 나온〈백남준〉.

변종곤의 《예술 속의 대가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더 컬럼스 갤러리'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첼로와 바이올린이 걸려 있다. 현악기 위에는 섬세한 그림이 그려져 있어, 그 사이를 걸으면 클래식 선율이 들려오는 듯하다. 연주자의 사정에 의해 버림받은 현악기들이 변종곤이라는 작가를 만나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었다.

작품 〈백남준〉은 변종곤이 가장 존경하는 예술가인 백남준과 그의 예술을 비올라에 압축해 표현한 것이다. 백남준의 유명한 〈부서진 바이올린〉처럼 비올라를 부수고 케이스에는 바이올린을 끌고 다니며 산책하는 백남준의 뒷모습을 담았다. 이처럼 전시는 백남준을 비롯해 그가 흠모해온 마르셀 뒤샹·요셉 보이스·모차르트 등 예술 속 거장들을 현악기에 표현했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변종곤은 뉴욕의 작은 옥션이나 가게를 찾아 다니면서 현악기를 모아왔다. 변종곤은 첼로에 모차르트를 표현한〈비엔나〉를 쓰다듬으며 "이것도 250년 이상 된 첼로인데 처음엔 싸늘했다가 내 손으로 건너오면서 체온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변종곤은 이전부터 버려진 창틀이나 낡은 전구 등 폐기된 물건에 그림을 그려왔는데 이번에는 현악기만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다. 첼로나 바이올린·비올라 같은 현악기에는 예술적 아우라와 함께 관능미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품에 자를 자주 등장시켜 스스로 성찰해본다는 의미도 보여주고 있다.

변종곤은 "거장들을 등장시킨 것은 이 시대에 예술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30일까지. (02)3442-6301